세월호 참사 이후 국회가 안전과 관련한 규제 강화에 나섰다. 국회는 해상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항로표지법 개정안, 수학여행 등 학생들의 단체 활동에 안전대책 수립을 의무화하는 법안 등을 의결했다. 규제 철폐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안전 및 환경 관련 제품이 의무적으로 획득하도록 돼 있는 강제 인증은 더 심도 있는 검토를 거쳐야 한다”며 규제 완화 대상에서 빼겠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안전 관련 규제는 지금처럼 놔두거나 더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안전을 위해 필요한 규제는 만들고 부족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 한국해운조합이 선임하는 운항관리자들은 선박 화물의 적재한도 초과 여부, 비상훈련 실시 여부 등을 감시 감독한다. 세월호는 이런 사항이 대부분 지켜지지 않아 참사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현행 해운법에 따르면 운항관리자를 처벌할 수 없다. 법의 맹점(盲點)을 보완하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규제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세월호 참사는 규제가 미비해서라기보다는 있는 규제를 잘 지키지 않아서 일어난 측면이 크다. 국내 여객선은 열흘에 한 번 비상훈련을 하도록 돼 있다. 세월호는 이 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비상훈련을 제대로 하도록 하고,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 규정을 뒀다면 참사를 줄일 수 있었을지 모른다.
안전 입법과 관련한 국회의 전문성도 의심스럽다. 현행 해운법으로 운항관리자를 처벌할 수 없게 된 것은 국회가 2년 전 해운법을 개정하면서 운항관리자 처벌 조항을 부주의로 빼놓았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공무원은 규제 강화를 반기게 마련이다. 규제의 벽이 높아진 만큼 규제를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재량과 권한도 커진다. 국회와 정부가 규제 강화에 골몰하다 보면 관료 개혁은 아예 손도 대지 못하고 물 건너갈 수 있다. 또 한 번의 졸속 규제가 아닌, 지킬 수 있는 제대로 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