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이후] 서울메트로, 유사사고 위험성 무시… “정시운행 차질” 이유 그대로 운행
서울메트로는 5일 “2호선 내선 사고 구간인 신당∼상왕십리역의 제한 속도를 신호시스템의 안전을 확보할 때까지 45km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선행 전동차가 앞 역을 출발하지 않았을 때 후속 전동차가 출발할 경우 승무원에게 주의 운전을 통보하기로 했다.
2일 추돌 사고의 원인은 전동차의 간격을 알려주는 신호기와 자동정지장치(ATS)가 작동하지 않은 것 외에 해당 구간이 급한 곡선 구간인 이유도 있다. 후속 전동차 기관사는 상왕십리역 앞 128m 지점에서야 선행 전동차가 있는 것을 육안으로 파악하고 급정거했지만 추돌을 막지 못했다. 문제는 상왕십리역 같은 급한 곡선 진입로가 지하철 2호선에만 17곳이나 있다는 점이다. 곡선의 급한 정도는 R(원의 반지름)로 표시된다. 상왕십리역은 약 500R로 반지름 500m짜리 거대한 원의 가장자리를 전동차가 운행하는 셈이다. 500R 이하의 급한 곡선 진입로는 상왕십리역을 포함해 잠실 방향 내선에는 왕십리 뚝섬 구의 등 7곳, 외선은 신당 방배 신대방역 등 10곳 등 총 17곳이나 된다.
한편 종합관제실은 추돌사고가 난 지 2분 뒤인 오후 3시 32분 한 승객이 승강장에 있는 비상통화장치로 신고를 한 뒤에야 사고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종합관제소는 사고 발생 5분 내에 ‘전 전동차 상황 통보 및 운행 통제’ ‘전 역사 상황 통보 및 일제 방송’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는 사고 13분 뒤인 오후 3시 43분에야 이뤄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