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바닷물 급속히 유입되는 상황서… 출입문 쪽으로 잠수해 빠져나와
세월호 침몰 당시 일부 승객의 ‘탈출하자’는 외침이 다른 승객에게 전파되면서 70여 명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사실이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졌다.
지난달 16일 오전 10시 15분 세월호 선체가 110도 이상 기울어 바닥과 천장, 왼쪽과 오른쪽이 바뀌며 승객들은 방향감각을 잃고 혼란스러웠다. 3층 바닥과 천장이 바뀐 선체에 바닷물이 순식간에 유입되자 안내데스크에 있던 한승석 씨(37·화물기사·제주) 등 승객 2명(나머지 1명은 미확인)이 먼저 ‘탈출하자’고 크게 외쳤다. 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씨는 “주변을 살펴보니 왼쪽(원래 오른쪽) 높이 3m, 폭 2m 크기 출입문이 열려 있어 탈출하자고 외쳤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탈출 시작 직후 다리가 물에 젖으며 출입문을 벗어났다. 하지만 물이 급속히 유입되면서 출입문을 삼키는 상황이 됐다. 자영업자 강병기 씨(41·경기 시흥시)는 탈출을 외치며 학생 10여 명에게 잠수하도록 밀었다. 박모 군(16·단원고 2)은 “3층 복도에 물이 쏟아져 들어온 순간 아저씨들 말에 따라 잠수를 했고 5초 정도 지나자 빛이 보였다”고 말했다.
3, 4층에서 잠수로 선체를 벗어나던 승객들을 붙잡아 주는 손이 있었다. 헬기 첫 구조 당시 3층 선실의 단원고 학생들을 소방호스로 꺼내 올린 김동수 씨(50·화물기사·제주)와 김성묵 씨(37·회사원·인천)다. 김 씨 등은 40여 분 동안 난간에 머물다 마지막으로 잠수로 탈출하는 단원고 학생들의 손을 잡아줬다.
한 씨 등이 외친 ‘탈출하자’ 한마디에 이어진 3분여간의 잠수 탈출로 승객 70여 명(단원고 학생은 50여 명 추정)이 마지막으로 구조됐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