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진도 달려간 전남지역 미용사들… “무슨 일이든 꼭 돕고 싶어요”
하얀 커튼이 둘러쳐진 5m² 남짓한 좁은 공간. 노란 조끼를 입은 미용사가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중년 여성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있다. 거울 하나 없지만 여성이 두른 흰 가운과 미용사의 노련한 가위질 솜씨가 이곳이 머리를 다듬는 곳임을 알려준다. 머리를 다듬는 사람도, 다듬어 주는 사람도 말이 없다. 싹둑싹둑 서늘한 가위질 소리만이 적막함을 깼다. 어두운 표정의 여성은 내내 말이 없다가 머리 손질이 끝나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해요.” 미용사 이정애 씨(54·여)가 대답했다. “힘내세요.”
가족을 잃은 채 20일이 되도록 진도 체육관을 떠나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전남지역 미용사들이 작은 힘을 보탰다. 4일부터 체육관과 팽목항에서 무료로 이·미용 봉사를 시작한 것. 오랜 기간 머리를 제대로 다듬지 못한 가족들이 정갈한 모습으로 가족을 기다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봉사에 나섰다.
4일 첫 봉사를 시작한 팀은 진도미용사협회 소속 미용사 7명. 이날 체육관에서만 실종자 가족 8명이 머리를 다듬었다. 5일에도 목포미용사협회 소속 미용사 5명이 팽목항과 체육관 2곳에서 봉사를 했다. 이곳 간이 미용실에서는 보통 미용실이라면 빠지지 않을 가벼운 수다도 금지다. 슬픔을 덧나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다.
이들 대한미용사회 소속 미용사들은 TV에서 세월호 소식을 접하고 무슨 일이든 돕고 싶어 이곳에 모였다. 회원 대부분이 자녀를 둔 엄마들이라 자신의 일처럼 마음이 아팠기 때문. 처음에 배식봉사를 하던 이들은 실종자 가족들이 머리를 다듬고 싶어 한다는 진도보건소 측의 요청을 받고 간이 미용실을 열게 됐다. 전남지역 미용사들은 교대로 돌아가면서 가급적 마지막 떠나는 실종자 가족이 머물 때까지 봉사를 할 계획이다.
진도=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