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안전 대한민국’ 이렇게 만들자] 솜방망이 처벌 악순환 끊자
백화점 건립 및 편법 증축을 허가해준 이충우, 황철민 전 서초구청장은 부정처사후 수뢰 및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 외에 부실한 설계 감리 시공 안전검사 등에 참여했던 핵심 관련자들은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책임이 맞물리고 얽혀 책임 소재가 희석되면서 ‘면죄부’를 받은 셈이었다.
○ “모두의 잘못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지난해 7월 충남 태안 해병대캠프 익사 사고와 관련해 캠프 주관업체 대표, 현장 교관 등 책임자 6명은 지난달 열린 항소심에서 “나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자신들의 안전조치 소홀로 캠프에 참가한 고등학생 5명이 숨졌지만 이들은 징역 6개월 및 금고 1∼2년형을 내린 1심 선고가 부당하다며 전원 항소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법처리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분산되고 그에 따라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이 계속 나오면 일선의 안전 관계자들은 ‘문제가 생겨도 그때만 잘 피해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에 주로 적용되는 혐의는 업무상과실치사 및 치상이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담보로 한 불법 행위를 고의가 아닌 실수로 보는 것이다. 게다가 치사와 치상을 하나의 범죄 혐의로 묶어 사고로 사람을 죽인 것과 다치게 한 것의 차이도 크게 두지 않고 있다. 이 혐의(치사와 치상)의 법정형량은 ‘5년 이하의 금고’로 같다. 여기에 피해 규모를 고려해 관련 법 위반혐의를 합해 가중해도 기본 형량의 1.5배(징역 가능), 즉 최대 7년 6개월 정도다. 삼풍백화점의 이준 회장이 징역 7년 6개월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규모 인명피해 사고에 적용 가능한 법조항도 따로 없다. 수십, 수백 명이 희생된 안전사고의 주범을 살인범과 다르지 않다고 보는 국민 정서와는 괴리가 크다. 여기에 관리감독 책임을 진 공무원들은 이마저도 적용하기 어렵다. 사고에 대한 직접적 연관성이 분명하지 않아 대부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법적 처벌로는 실질적 책임자 대신 하위직 실무자들만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 처벌은 직접적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고위급 관계자에게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 “민형사 무한책임 지워야”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를 두고 선장과 선원들을 엄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안전사고를 낸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민간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공무원법 징계시효를 현행 3년에서 더 늘려 감독당국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말한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적용 가능한 모든 민형사상 책임이나 징계를 통해 사고 관계자들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애진 jaj@donga.com·신광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