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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이 배신하면 우린 다 망해”… “유병언 늘 말해” 前운전사 주장

입력 | 2014-05-06 03:00:00

[세월호 참사/유병언 일가 수사]
비서출신 金씨 비자금 관리 의혹




폐품만 가득한 김혜경씨 평택 주소지 2일 경기 평택시의 김혜경 씨 주소지. 축사처럼 보이는 가건물 앞에 폐품 더미가 쌓여 있다. 평택=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길을 따라 700m를 걸어가는 동안 양쪽은 모두 논밭이었고 사람은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어 샛길로 꺾어 들어가자 ‘○○로 1000’이라는 표지판이 달린 녹슨 철문이 나왔다.

2일 취재팀이 찾은 경기 평택시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2·여)의 주소지였다. 문 안으로 더 들어가자 플라스틱과 빈 병, 폐휴지가 잔뜩 쌓인 마당이 나왔다. 바로 옆 건물은 녹슨 슬레이트 지붕에 비닐 막을 쳐 놓은 것으로 곧 허물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비서 출신으로 지주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3대 주주이자 계열사 다판다의 2대 주주로 등재된 김 씨가 사는 곳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등기부등본상 김 씨는 2012년 4월 해당 토지 공유자 2명으로부터 각각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이 집에 머물고 있던 60대가량의 노인 A 씨의 말에 따르면 김 씨가 2년 전 서울의 부동산업자와 함께 찾아와 주변을 둘러본 뒤 땅 주인에게 땅을 팔라고 했다. 이곳에 머물며 가축을 치고 폐품을 수거했던 A 씨는 그대로 남을 수 있게 해줬다. 애초에 거주 목적이 아니었던 것이다.

A 씨는 “이 일대에서 김 씨의 본인 명의와 차명을 합쳐 땅만 6000평 정도 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근 492m²(약 149평)의 목장용지도 같은 시기 김 씨 앞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김 씨는 명의를 옮긴 뒤 2년 동안 부동산업자와 한두 번 들렀는데 50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동안에다 미인형 얼굴이었다”고 기억했다.

김 씨가 평택에 주소지를 둔 것은 유 전 회장 일가가 경북 청송, 울릉도,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영농조합 농장을 세운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현행 농지법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농가 주민인 것처럼 주소지만 옮긴 위장전입을 한 셈이다.

유 전 회장의 운전사였던 B 씨는 “김 씨는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이라며 “유 전 회장이 ‘얘(김혜경)가 우리를 배신하면 우리(구원파)는 모두 망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을 정도로 김 씨를 총애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씨를 유 전 회장 일가 비자금의 총관리자로 지목하며 “비자금 수사는 김 씨 관련 계좌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택=곽도영 now@donga.com·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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