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사 “580t만 넣어”… 복원력 약화
세월호가 화물을 더 싣기 위해 배 균형을 유지해주는 평형수(平衡水·밸러스트워터)를 적정량의 4분의 1가량만 채운 채 운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검경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화물적재 및 평형수 관리를 담당하는 1등 항해사 강모 씨(42·구속)로부터 “지난달 15일 세월호 출항 전에 밸러스트워터 탱크 6개 중 3개에만 평형수 580t을 채워 넣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평형수가 적정량보다 적으면 배의 복원력이 크게 떨어져 쉽게 전복된다.
세월호는 지난해 1월 선박을 개조하면서 한국선급에서 선박 검사(복원성 검사)를 받았다. 한국선급은 당시 선실의 무게가 늘기 때문에 화물을 덜 싣고, 평형수를 더 채워 넣으라는 조건을 달아 검사를 통과시켰다. 구체적으로 ‘화물량은 구조변경 전 2437t에서 987t으로 줄이고 평형수는 1023t에서 2030t으로 1007t을 늘려야 복원성이 유지된다’는 조건이었다.
사고 당시 세월호는 화물량을 한국선급이 제시한 조건보다 훨씬 많은 3608t(자동차 180대 포함)을 실은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부는 강 씨가 화물을 더 많이 싣기 위해 적정 평형수(2030t)의 4분의 1가량인 580t만 채워 넣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씨는 또 “선미 쪽에 화물이 많이 실리는 바람에 만재흘수선(화물선에 화물을 실을 수 있는 한계를 표시한 선)이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고 판단돼 선수 쪽에 평형수 80t을 채워 넣었다”고 진술했다. 배 아래쪽에 표시된 만재흘수선은 선박이 과적을 할 경우 물 아래로 잠겨 출항이 금지된다. 합수부 관계자는 “강 씨가 선수 쪽에 평형수를 채워 넣어 선수를 낮추고 선미를 띄운 뒤 만재흘수선이 수면 위로 나오도록 해 해운조합으로부터 운항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