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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동서남북]7박9일 ‘외유’ 모든 일정 소화… 행복하셨습니까?

입력 | 2014-05-07 03:00:00


정재락·부산경남본부

“울산시민이라는 게 요즘처럼 창피한 적이 없었다.”(배모 씨)

“전 국민이 슬퍼하는 이 마당에 해외연수를 떠나다니 할 말이 없다.”(김모 씨)

최근 울산시 인터넷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 코너에 올라온 글 가운데 일부다. 세월호 참사의 와중에 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울산시청 공무원들을 비난하는 글이다. 울산시 김모 환경녹지국장을 단장으로 한 울산시와 울주군 공무원 7명이 유럽으로 떠난 것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일째 되던 지난달 21일. 울산의 하수처리장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민간업체 직원 5명도 이들 일행에 포함돼 있었다. 이날은 세월호 사고 수습 현장에서 기념사진 촬영 파문을 일으킨 안전행정부 송모 국장이 전격 해임되는 등 정부가 공무원 근무기강 확립을 특별 지시한 날이다.

영국과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의 하수처리시설을 둘러보는 ‘공무국외여행’으로 돼 있지만 일정을 보면 관광 성격이 짙다. 이들은 대영박물관과 버킹엄 궁전, 바티칸 박물관, 콜로세움, 산마르코와 베르사유 궁전, 파리 개선문 등 방문국의 유명 관광지는 대부분 둘러보고 7박 9일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 귀국했다. 이들은 “조기 귀국하려 했으나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유럽으로 출국했던 전남도와 인천, 대구시 등의 공무원들이 조기 귀국한 것과 비교하면 과연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울산 공무원 일행과 5명의 직원이 동행한 민간업체는 울산시로부터 매년 8억∼10억여 원의 위탁 수수료를 받고 있다. 5년마다 위탁 계약을 갱신한다. 동행한 민간업체 2곳은 올 8월과 12월에 계약을 갱신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오이밭에서 신발 끈을 맸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전행정부는 언론 보도 직후 감사를 벌였다.

울산시 공무원들의 기강해이 사례는 또 있다. 전국적으로 확산되던 조류인플루엔자(AI)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지난달 24일 울산의 한 양계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울산으로 통하는 도로에 소독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허술한 방역대책이 낳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공무원 기강해이 현상은 박맹우 시장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임기 3개월을 남겨둔 3월 31일 중도사퇴 한 이후 부쩍 늘었다는 지적이 많다. 120만 명의 승객이 타고 있는 ‘울산호’가 안전하게 목표를 향해 운항하기 위해서는 선장(시장)을 비롯한 선원(공무원)들의 근무자세와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세월호 참사는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공무원들의 기강해이는 예산낭비뿐 아니라 시민 피해로 직결된다. 세월호 참사에 6·4지방선거까지 겹치는 요즘 공직기강을 다잡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정재락·부산경남본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