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책방이 있던 거리, 벤처창업 중심지로 탈바꿈
지난달 26일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창업 카페 ‘처쿠카페이’에서 열린 창업 관련 세미나에 창업자 160여 명이 몰렸다. 베이징=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 ‘창업-성장-매각-재창업’ 선순환 구조 원활
세계적으로 2000년대 초 사그라진 창업 열풍이 2010년 들어 다시 불기 시작했지만 중국의 창업 열풍은 다른 국가들을 압도한다. 중관춘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중관춘에서 창업한 기업은 4243곳. 창업 붐이 불던 10년 전 수치를 이미 넘어섰다. 2011년 한국에서 새로 생긴 ICT 중소기업(2256곳)의 약 2배 수준이다.
또 이 해에 중관춘에서 이뤄진 벤처투자 규모는 6조3190억 원으로 같은 기간 한국 전체에서 이뤄진 벤처투자 규모(1억5265억 원)의 4배를 넘는다. 중국 벤처투자의 40%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창업 교육도 활발하다. 2010년 베이징대에는 실전 창업을 가르치는 ‘창신(創新)과 창업’ 수업이 개설됐다. 4년째 이 강의를 맡고 있는 차이젠(蔡劍·40) 베이징대 경영대 교수는 “수업을 듣고 난 뒤 실제 창업을 하는 학생이 매학기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는 약 4억 명으로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의 10배 수준이다. 똑같은 사업 아이템이라도 중국에서 창업하는 편이 훨씬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투자 규모도 크게 차이 난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처음 받는 투자 금액이 한국에서는 보통 10억 원 수준이지만 중국에서는 100억 원을 넘기도 한다.
벤처캐피털인 ‘아메바캐피털(阿米巴資本·ameba capital)’의 왕둥후이(王東暉·44) 파트너는 “중국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 스타트업들은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며 “최근 3년 동안 투자한 기업 가운데 4곳은 이미 기업 가치가 1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했다.
성공 궤도에 오른 중국 인터넷 기업들도 창업 생태계의 한 축이다. 이들은 앱 장터 등 자사 플랫폼을 활용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스타트업 M&A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콜택시 앱 ‘콰이디다처(快的打車)’와 ‘디디다처(xx打車)’는 알리바바(阿里巴巴·Alibaba)와 텅쉰(騰訊·Tencent)으로부터 각각 1000만 달러(약 103억 원), 4500만 달러(약 463억 원)를 투자받았다.
중국 스타트업의 고속 성장은 한국 인터넷 산업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중국 스타트업들은 한국 등 아시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막강한 자본과 화교 네트워크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한국 시장에서도 중국 스타트업과 한국 인터넷 기업 간의 경쟁이 시작됐다. 중국 스타트업이 개발하고 바이두가 운영하는 사진 편집 앱 ‘포토원더’는 네이버, SK커뮤니케이션즈의 사진 편집 앱을 누르고 한국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2010년 중국의 ‘주방수마(久邦數碼·sungy mobile)’가 개발한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꾸밀 수 있는 ‘고런처’ 앱도 한국 시장 점유율 1위다.
반면 한국 인터넷 기업의 중국 진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까다로운 규제가 많은 데다 실력 있는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 서비스는 바로 베끼는 ‘카피캣(모방꾼)’도 골칫거리다.
베이징=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