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민간잠수사 사망] 목숨 내놓고 작업하는 잠수사들
○ 의사는 구조 후 10분 걸려 도착
이날 오전 6시 17분 세월호 선체 우현에 안내줄 설치 작업을 하던 이 씨가 통신 응답이 없고 호흡 소리도 비정상적으로 변하자 바지선에서 대기 중이던 잠수사 2명이 입수해 오전 6시 21분 이 씨를 물 밖으로 꺼냈다. 이 씨는 의식이 없고 숨을 쉬지 않는 상태였지만 바지선 위에는 의사가 없었다. 바지선에 있던 잠수사와 소방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이 씨의 호흡은 돌아오지 않았다. 인근에 있던 청해진함의 군의관이 바지선에 도착한 것은 이 씨가 수면 밖으로 옮겨진 지 10분이 지난 오전 6시 31분이었다. 1분 1초가 아까운 긴급한 상황에서 해군 함정에서 바지선으로 군의관이 이동하는 데 10분을 허비한 것이다. 바지선에는 감압체임버와 제세동기 외에는 의료장비도 없었다.
○ ‘2인 1조’가 원칙이라더니
이 씨가 사고 당시 동료 잠수사와 함께 ‘2인 1조’로 작업을 하지 않고 ‘단독 잠수’를 한 것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대책본부는 그동안 “세월호 선체 수색을 하는 잠수사들은 한 명의 잠수사가 선체 안에서 길을 잃는 등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돕기 위해 항상 2인 1조로 투입된다”고 밝혀 왔다. 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수심 20m 정도에서 하는 가이드라인 설치작업은 관행적으로 혼자 입수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씨가 선체 수색팀과 마찬가지로 2인 1조로 작업을 했더라면 동료 잠수사가 곧바로 이 씨를 끌어올려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운채 전 해난구조대장은 “원래 2명이 들어가야 하는데 1명을 들여보낸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과 민간업체는 이 씨 투입을 놓고 ‘책임 미루기’에 바빴다. 해경 측은 이날 오전 “이 씨는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 소속”이라고 밝혔다가 오후에는 “민간 잠수사들의 피로 누적에 따른 대체인력 확보를 위해 해경이 언딘에 민간 잠수사를 50명 이상 확보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언딘이 잠수협회 등을 통해 잠수인력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언딘 쪽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하지만 언딘의 장병수 이사는 “(이 씨는) 임시 고용되지도 않았고 우리와 계약관계가 없다”며 “인명구조협회에 자원한 이 씨를 해경이 우리에게 추천해 언딘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배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고대책본부는 이 씨가 숨진 뒤 뒤늦게 민간 잠수사들이 작업 중인 바지선 위에 군의관을 배치하고 보건복지부 소속 의료지원단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발생부터 뒷수습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정부의 대처는 ‘뒷북 조치’가 일상화돼 있을 정도로 무능과 안일의 종합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도=조종엽 jjj@donga.com·이은택
인천=황금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