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안전 대한민국’ 이렇게 만들자]<7·끝>두 번 실패는 안 된다
내각에 비상재해대책본부가 꾸려진 것은 지진 발생 4시간여 뒤인 오전 10시. 긴급대책은 다음 날 발표됐다. 정부가 허둥대면서 위기관리 체제 결여, 칸막이 행정 등 온갖 문제점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무라야마 내각은 이듬해 스스로 정권을 내놓아야 했다.
○ 내각부에 24시간 위기관리센터 운영
일본 정부는 절치부심했다. 초기 정보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며 내각부(한국 국무총리실에 해당)에 24시간 정보집약센터를 신설했다. 위기관리센터도 24시간 운영체제로 정비했고 10분 내 진도 분포 등을 추계할 지진피해추계시스템(DIS)도 정비했다. 총리실의 위기관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각위기관리감과 위기관리전문팀, 관계성청 국장급으로 이뤄지는 긴급소집팀과 재해파견의료팀(DMAT)도 신설했다.
교훈을 현장에 체화하는 활동도 활발하다. 이 가운데 피해 지역 공공단체나 시민단체가 각종 연수회 때 실시하는 방재학습용 카드 게임이 주목받고 있다. 참가자들은 예컨대 ‘재해로부터 수시간이 지난 지금 당신은 식량 배급 담당이다. 3000명이 있는데 확보된 식량은 2000명분이다. 어떻게 하겠나’라고 쓰인 카드를 놓고 찬반 격론을 벌인다. 자연스럽게 재해 때의 판단력을 익히는 방식이다. 카드 게임을 개발한 야모리 가쓰야(矢守克也) 교토대 방재연구소 교수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개발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이런 노력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3일 오전 5시 33분. 한신 대지진 때와 같은 진원지인 아와지 섬에서 규모 6.3의 강진이 발생했지만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효고 현은 즉각 지진 소식과 함께 피난 권고 문자 메일을 주민들에게 보냈고 주민들은 고지대로 긴급 대피했다. 휴무일이었지만 이날 지역자치단체 직원의 90% 이상이 출근했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 때도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15분 후 긴급소집팀 협의를 시작했다. 지진해일(쓰나미)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부실 대응이 그 이후 논란의 초점이 됐지만 지진 부분만 놓고 보면 적절히 대처했다는 평가다.
가와타 요시아키(河田惠昭) 간사이대 교수는 “늘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 두 번 실패하지 않도록 사전에 준비해 두라는 것이 한신 대지진과 동일본 대지진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국가적 재난 대응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해마다 백서를 낸다. 전년도에 미국인을 괴롭힌 재난을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국민이 함께 이겨낸 경험을 공유하고 성과와 업적을 평가한 뒤 부족한 점을 수정하기 위한 노력이다.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셈이다. 크레이그 퓨게이트 청장은 “청장으로서 직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응급 대응 방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배우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위험을 감수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DHS)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각종 재난을 통합 관리하고 산하 기관인 FEMA가 지방정부 및 민간과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재난 대응체계가 만들어진 것 역시 2001년 9·11테러 이후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03년 100개 이상의 기관을 통폐합해 단일 안전관리부처인 DHS를 설립했다.
이로 인해 FEMA는 연방소방청(USFA) 등과 함께 독립기관에서 DHS의 산하기관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FEMA 청장에 재난 업무와 관련이 없는 마이클 브라운 변호사를 임명했다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대응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재난의 경험에 따른 제도 개선과 더불어 인력 운용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