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극 ‘챙!’으로 호흡 맞추는 손봉숙-한명구
실종된 심벌즈 연주자를 회고하는 연극 ‘챙!’으로 23년 만에 작품을 함께 하는 한명구(왼쪽) 손봉숙 씨. 손 씨는 “명구 씨는 근사하게 나이 들어 간다”고 말했고 한 씨는 “손 선배는 반듯한 배우”라며 서로 덕담을 건넸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손봉숙=명구 씨와 같은 무대에 서는 게 두 번째네요. 첫 작품이 ‘동지섣달 꽃 본 듯이’(1991년)였으니까 그게 벌써 23년 전이군요!
▽한명구=‘동지섣달…’도 이강백 선생님이 쓰셨죠. 재미있는 인연이에요.(웃음) ‘챙!’은 대본을 받아들고는 순식간에 읽었어요.
▽손=저도 한 호흡에 읽었어요. 삶의 희로애락을 밝고 경쾌하게 풀어낸 작품이에요. 아내 이자림이 20대에 함석진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인생을 돌아보잖아요. 함석진은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손=동감이에요. 극중 명구 씨가 지휘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걸 보면서 명구 씨가 참 재주가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지휘는 어떻게 배웠어요?
▽한=동영상을 보고 독학했어요. 정명훈 씨가 라벨의 ‘볼레로’를 지휘하는 걸 보니 매우 부드럽고 화려하대요. 그러면서도 음악을 잘 이끌어내고요. 저는 음악에 맞춰 춤춘다는 생각으로 지휘해요.(웃음)
▽손=‘챙!’은 내용이 쉬우면서도 철학적이에요.
▽한=인생과 심벌즈 연주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죠. 심벌즈 연주자는 묵묵히 정확하게 박자를 세면서 심벌즈를 칠 순간을 기다리잖아요.
▽한=글쎄요. 마지막에 가야 절정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죽을 때 ‘씨익’ 웃을 수 있으면 그게 절정이 아닐까요. 선배는요?
▽손=저는 절정을 기다려요. 기쁨도 슬픔도 지금까지 겪었던 것보다 더한 것이 올 수 있으니까요.
▽한=함석진의 시신은 결국 못 찾잖아요. 요즘 같은 상황에서 실종자 얘기를 하는 게 조심스러워요. 하지만 저는 ‘함석진 씨는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는 대사가 가슴에 많이 와 닿아요. 심벌즈를 후임자에게 넘기는 건 함석진이 계속 이어진다는 걸 의미하잖아요. 죽음은 육신의 문제일 뿐 정신은 면면히 이어지는 거죠.
▽손=단 한 사람만 그 사람을 생각해도 그는 죽은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함께 보낸 시간, 공간에서 그 사람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봐요. 명구 씨가 심벌즈를 치는 장면에서는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던지…. 작품을 하면서 스스로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보시는 분들도 가슴속 아픔을 풀고 가면 좋겠어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