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관피아 해부]
관료마피아, 관련단체-기관 장악
○ 규제 많은 부처들, 퇴직 관료 통해 협회 장악
6일 안전행정부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2013년 주요 협회 79곳에 취업한 퇴직 관료가 14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한 곳당 2명 정도 퇴직 관료들이 포진하고 있는 셈이다. 관세청 출신 관세사 20명이 전문성을 살려 면세점협회에 관세사로 취업한 것을 제외해도 퇴직 후 출신 부처와 관련이 있는 협회로 자리를 옮긴 관료는 121명에 이른다.
국토부에 이어 환경부(13명) 금융위원회(12명) 농림축산식품부(12명) 산업통상자원부(11명) 등도 10명 이상의 퇴직 관료가 관련 협회 고위 간부로 자리를 옮겼다. 국토부는 소관 규제가 2443건으로 중앙부처 가운데 가장 많고 산업부(1197건) 금융위(1096건) 농식품부(936건) 환경부(849건) 등도 규제 건수에서 수위권에 들어있는 부처들이다. 이들 부처는 규제가 많다 보니 힘이 강해지고 이들의 규제를 받는 기업들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협회에 관련 부처 출신 관료들을 대를 이어 ‘모셔 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비판을 받고 있는 해양수산부는 한국항만협회 등 3곳에 5명의 퇴직 관료가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스스로 방만하고 무책임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 공공기관에도 이른바 ‘관(官)피아’들이 대거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한 38개 방만 경영 중점관리 대상 기관장 38명 중 18명(47.4%)이 관료 출신 인사였다. 상임감사는 36명 가운데 19명(52.8%)이, 비상임이사는 238명 가운데 74명(31.1%)이 관료 출신이었다.
○ 기업 방패막이 역할 하며 안전관리 무력화
퇴직 관료들이 재취업한 협회 중 상당수는 정부의 안전관리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이지윤 전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이 상근부회장으로 취업한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는 유독물 수입신고 업무를 대행하고 있으며, 갈만수 전 산업부 남부광산보안사무소장이 상근부회장을 맡은 한국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는 보일러 제품의 안전 인증 업무를 하고 있다.
문제는 퇴직 관료들이 취업한 협회들이 정부를 대신해 관련 민간 기업들의 안전관리 업무 등을 맡으면서 동시에 규제 대상인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낙하산으로 내려간 퇴직 관료들과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현직 관료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마피아식 커넥션’을 형성하면서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해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이 공무원 퇴직 후 직무 관련성이 있는 분야에는 2년간 취업을 제한하지만 정부의 업무를 위탁받은 협회는 예외라 이들은 재취업 과정에서 심사도 받지 않았다.
한편 퇴직 후 산하 공공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간 관료들은 임기 3년간 최대 15억 원 안팎의 보수를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오’에 공시된 공공기관장 연봉 현황에 따르면 2011∼2013년 가장 많은 급여를 받은 공공기관장은 기업은행장으로 15억3500만 원에 이르렀고 수출입은행장은 15억900만 원, 산업은행장이 14억6500만 원이었다. 이들을 포함한 공공기관장 304명의 임기 3년간 평균 수입은 4억7800만 원이었으며 해수부 산하 14명의 공공기관장 수입은 3년간 5억1300만 원으로 전체 평균을 넘어섰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