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관피아 해부] 유병언 일가, 법정관리 악용해 빚 털고… 정책금융 저리로 대출받아 연명 비상장법인 회계감사 제도도 허술… 청해진해운 13년간 한곳서만 감사
세모-천해지 대표 검찰 출두 6일 오후 고창환 세모 대표이사(왼쪽)와 변기춘 천해지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이 회삿돈을 컨설팅 등의 명목으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건넸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뉴시스
○ 비리 기업인에게 면죄부 준 법정관리
유 전 회장 측은 법정관리를 통해 빚의 대부분을 사실상 탕감 받은 뒤 자녀와 측근을 내세워 사실상 회사를 되찾았다. 2245억 원의 빚을 지고 있던 ㈜세모는 2007년 감자(減資) 및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통해 1115억 원의 채무를 털어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최근 실무 부장판사 등에게 인수자의 자금 출처를 면밀히 살펴보도록 주문했다. 인수 희망자와 법정관리 기업의 관계 및 인수 자금의 출처 등을 따져 법정관리가 부채 탕감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유망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돌아가야 할 정책금융 자금이 부실기업의 연명 밑천으로 흘러들어가는 고질병도 다시 드러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불황에 빠진 해운업과 조선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금융 자금이 대거 투입됐다.
청해진해운 같은 부실 해운사도 이 시기에 KDB산업은행 등에서 저금리 자금을 공급받았다. 산업은행은 2012년 청해진해운 대출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출 위험에 대한 내부 경고가 있었는데도 실적 회복세를 기대하며 대출을 강행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 비중이 2009년 10.2%에서 2012년 15.0%로 늘어났다”며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지원 제도가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