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질주 원동력, 김경문의 발야구
▷막내 구단 NC의 돌풍이 이어지고 있다. 6일 현재 18승 12패로 넥센에 0.5경기 뒤진 2위다. 개막 전 4강 후보로 꼽힐 때만 해도 ‘설마’ 하던 팬이 많았지만 이대로라면 4강은 결코 꿈이 아니다. 올 시즌 NC는 투타 전력이 고르다. 팀 평균자책도, 팀 타율도 모두 상위권이다. 그중 돋보이는 것은 팀 도루다. 30경기에서 44개의 도루를 기록하고 있다(경기당 1.47개). 이 부문 최하위인 한화(15개)의 3배 가까이 된다. 지난달 29일 LG와의 마산 경기에서는 1회에만 4개의 도루를 성공하는 등 팀 창단 후 가장 많은 7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LG의 수비를 흔들었다. ▷NC 김경문 감독은 두산 사령탑 시절부터 ‘발야구’를 강조했다. 부임 첫해인 2004년 71개에 그쳤던 두산의 팀 도루는 이듬해 103개로 크게 늘었다. 2008년에는 189개까지 뛰었다. 두산이 선전하면서 발야구는 리그 전체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세 자릿수에 머물렀던 전체 도루는 2009년 1056개를 찍었고 2010년에는 역대 최다인 1113개를 기록했다. 김 감독의 ‘뛰는 야구’는 NC에서도 이어졌다. NC의 팀 도루는 지난해 142개로 두산(172개), SK(144개)에 이은 3위였다. 1군 경험이 없는 선수가 많았던 것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적이었다. 특별지명을 통해 삼성에서 NC로 온 김종호는 풀타임 출장 첫해이던 지난해 50도루를 달성하며 도루왕을 차지했다. 김 감독이 삼성 시절 주로 2군에 머물러 있던 김종호의 재능을 알아보고 기회를 줬기에 가능했다.
▷김종호가 지난해 NC의 발야구를 대표했다면 올해는 박민우다. 고졸 신인으로 NC의 창단 멤버가 된 박민우는 5일 현재 도루 15개로 두산 오재원(12개)을 3개 차로 앞서며 이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실패는 한 개도 없다. 박민우는 지난해 1군과 2군을 오르내리며 32경기에서 9개의 도루(실패 2개)를 하는 데 그쳤지만 올 시즌에는 몇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50도루로 이 부문 통산 1위에 올라 있는 NC의 전준호 주루코치는 박민우에 대해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NC에 왔기 때문에 백지 상태에서 모든 것을 배웠다. 기본적으로 스피드가 좋고 무엇보다 투수의 미세한 움직임을 읽어내는 눈이 있다”고 말했다. 빠르다고 도루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롯데가 1983년 당시 육상 100m 한국기록(10초34) 보유자인 서말구를 선수 겸 트레이닝 코치로 스카우트했지만 그는 한 번도 대주자로 기용되지 못했다.
▷올 시즌 NC의 뛰는 야구에는 이종욱까지 합류했다. 1군 데뷔 해인 2006년 51개로 도루왕을 차지했던 이종욱은 5년 연속 30도루, 8년 연속 20도루를 기록하며 ‘두산 발야구’를 이끌었다. 2011년부터 부상 등으로 페이스가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출루만 하면 상대 마운드를 떨게 하는 선수다. 지난해 12도루를 성공한 나성범도 ‘NC 육상부’의 주축이다. 5일 현재 6개로 이 부문 톱10에 포함돼 있다. 김 감독은 박민우, 김종호, 이종욱, 나성범에게 감독의 사인 없이도 도루를 시도할 수 있는 ‘그린 라이트’를 부여했다.
▷야구는 운이 많이 작용하는 종목이다. 잘 맞은 공이 야수 정면으로 가고 파울이 될 타구가 바람을 타고 홈런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나 타자도 슬럼프를 피할 수는 없다. 누가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슬럼프를 탈출하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베이스러닝은 다르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말은 야구의 오랜 격언이다. ‘발야구’를 앞세운 NC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