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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박 대통령이 보낸 관피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입력 | 2014-05-07 03:00:00


세월호 참사로 물욕에 눈이 어두운 선사(船社)와 이를 눈감아준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의 존재가 드러났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해운조합의 주성호 이사장과 선박안전기술공단의 부원찬 이사장 같은 해피아들은 자진해서 물러났지만 다른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은 요지부동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관피아, 공직 철밥통이란 부끄러운 용어가 사라지도록 공직사회를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거로부터 겹겹이 쌓여온 적폐’는 이 정부 들어서도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안전행정부 자료에 따르면 관료와 업계 커넥션의 핵심인 주요 협회 79곳에 최근 3년간 141명의 관피아가 내려갔다. 박 대통령이 어제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에서 “물욕에 눈이 어두워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고 그런 불의를 묵인해준 무책임한 행동들이 살생의 업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듯이 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무리한 증축과 과적을 묵인한 민관(民官) 유착의 전형이었다. 7월부터 퇴직 공무원이 관련 협회나 조합에 2년간 취업할 수 없게 하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나왔지만 이미 취업해 민관 유착의 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관피아는 묵인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정부가 올해 초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며 선정한 ‘방만 경영 중점관리 대상’ 38개 기관에는 절반가량인 18곳(47.4%)에 관피아가 기관장으로 앉아 있다. 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인 2월 말 기준으로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장 121명 가운데 대선 캠프 및 친박 인사 출신이 32명, 관피아가 45명으로 63%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6년 연속 공공기관 최고 연봉을 기록한 한국거래소의 최경수 이사장은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출신에다 대선 캠프 경력까지 있는 ‘성골 낙하산’이다. 노조에서 “함량 미달인 인사를 사전 내정해 자본시장과 거래소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반발했던 인사였다.

이런 인물들이 국민 혈세로 채워주는 공무원연금을 죽을 때까지 받으면서 금융 공기관의 장은 평균 5억 원,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장도 2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연봉만큼 능력을 발휘하는지는 의문이다. 지식경제부 차관 출신으로 작년 9월 취임한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경우 원전 비리를 ‘셀프 개혁’하겠다며 올해 초 대대적 인사를 했지만, 청렴하다고 발탁했던 이청구 부사장이 최근 납품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세월호 유족들은 지난달 말 “우리에게 미안해하지 말고 밥그릇 싸움과 집단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권력층과 선박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달라”고 국민에게 당부했다. 일각에선 현 정부에서 내려 보낸 낙하산을 전원 교체해야 국민이 박 대통령의 의지를 믿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자리를 차지한 채 공공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관피아는 스스로 거취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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