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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소녀 223명 팔겠다는 이슬람 반군… 美선 구조 뒷짐

입력 | 2014-05-07 03:00:00

나이지리아 반군 만행에 세계 분노
여학교 급습 276명 납치… 53명 탈출
대통령, 3주 지나 국제 도움 호소… 美관리들 “보낼 군대 없다” 난색




“내가 소녀들을 납치했다. 알라의 명령에 따라 소녀들을 시장에 내다 팔겠다.”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의 최고 지도자인 아부바카르 셰가우가 지난달 14일 나이지리아 북동부 치보크 시의 학교 기숙사에서 여학생 276명을 납치한 것을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5일 AFP통신이 입수한 57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여학생들은 우리의 노예이기 때문에 결혼을 해야 한다. 9세 소녀도, 12세 소녀도 시집을 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학교들도 공격해 더 많은 여학생을 납치하겠다고 위협했다.

당시 무장괴한들은 시험을 치르고 있는 여학교에 침입해 폭탄을 터뜨리고 총을 쏴 경비원들을 살해한 뒤 여학생들을 자동차에 태워 카메룬 국경 근처의 깊은 숲 속으로 끌고 갔다. 당시 납치당한 여학생들 중 53명은 탈출에 성공했으나 억류된 223명은 유괴범들의 성노예가 되거나 최소 12달러(약 1만2300원)에 차드나 카메룬 등 이웃 국가에 신부로 팔려 간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2002년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 무함마드 유수프(2009년 사망)가 결성한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의 탈레반’이란 악명을 떨쳤다. 보코는 현지 하우사어로 ‘서양식 비이슬람 교육’을 뜻하고 하람은 아랍어로 ‘죄’라는 뜻이다. ‘서구식 교육은 죄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여성들은 집 안에서 아이를 돌봐야지 학교를 다녀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보코하람은 2월에도 학생 50명을 산 채로 불에 태우거나 흉기로 숨지게 하는 등 올해에만 6개의 학교를 공격해 납치와 살인을 저질렀다.

최근 10여 년 동안 관공서 교회 경찰서 정류장 등에서 이 단체의 테러로 희생된 민간인은 1만 명이 넘는다. 여학생들이 납치된 지난달 14일에도 보코하람은 수도 외곽의 버스 정류장에서 폭탄 테러를 저질러 71명이 숨지고 124명이 다쳤다.

여학생 납치 사건이 발생한 지 3주가 지나도록 정부의 구출 노력에 아무런 진전이 없자 나이지리아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보코하람의 테러에 속수무책인 조너선 굿럭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잔인하고 끔찍한 범죄”라며 “소녀들이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관리들은 “나이지리아에 보낼 군대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의 지원은 주변국들에 보코하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나이지리아의 군사작전을 지원하도록 설득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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