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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책 내려면 4분의 1 칼질 당할 각오해야”

입력 | 2014-05-07 03:00:00

美기자, NYT에 검열경험 폭로
“반체제작가-인권운동가 거론 금기… 출판사 내부 가이드 라인 엄격”




미국 잡지 ‘더 뉴요커’의 기자 에번 오스노스는 올 2월 중국 관련 영문 원고를 탈고한 뒤 중국어판을 내기 위해 상하이(上海)의 한 출판사에 보냈다. 출판사의 회신은 “매우 좋다. 하지만 원고에 거론된 인물들을 중국어판에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였다. 편집자는 시각장애 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 행위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 반체제 작가 류샤오보(劉曉波) 등의 이름을 죽 거론한 뒤 사전검열을 충분히 거친 ‘중국 특별판’을 낼 수 있는지 되물었다.

결국 중국어판 출간을 포기한 오스노스는 최근 본인이 경험한 중국 검열의 현실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했다. 2012년 중국의 580여 개 국유출판사는 1만6000개 이상의 외국 작품 판권을 확보하고 있다. 1995년의 10배 이상이다. 하지만 외국 작가가 중국에서 책을 내려면 아직도 신문출판광전총국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는 출판사 자체의 내부 검열부터 통과해야 한다.

중국 당국의 검열 기준은 ‘비밀’이다. 자의적 판단에 따라 칼질이 가능하다. 외국 저자들의 경험칙에 따르면 최대 4500만 명의 아사자를 낸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운동은 확실한 금기어다. 오늘의 중국을 건설한 개혁개방의 총설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업적을 칭찬하는 것은 좋지만 그의 정치적 조력자들을 부각해선 안 된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부패 혐의로 지난해 종신형을 선고받은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 관련 언급도 때에 따라선 금지된다는 것이다. 보 전 서기의 재판은 TV로 생중계까지 된 만큼 검열 대상에서 제외될 것 같지만 오스노스는 “그 사건을 어떻게 거론할지, 얼마나 많이 언급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보 전 서기 사건에 대한 정부의 ‘공식 버전’만 인정될 뿐 그 외의 ‘비공식 버전’은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 이 때문에 중국 출판업계에서는 현지에서 책을 내려면 작가가 원작의 4분의 1을 수정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오스노스는 “중국은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텅쉰(騰訊)과 바이두(百度)를 갖고 있지만 인간의 표현을 검열하기 위해 역사상 가장 정교한 노력을 쏟아 붓는 나라이며 세계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슈퍼 파워이지만 가장 큰 권위주의 국가”라고 평가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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