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무덤’ 선언 사흘만에 구조 재개한 아프간 이웃마을서 ‘빼돌리기’ 속수무책
2일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최악의 산사태로 2700여 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실종자 구조는 물론이고 이재민의 구호작업도 힘겨운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5일 이재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구호물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산 사람도 죽을 지경”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산사태 피해는 아프가니스탄 북부 바다흐샨 주 압바리크 마을에 집중됐다. 이곳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외진 곳으로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에도 교전이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빈민이 많이 모여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사태 발생 직후 국제사회는 텐트 물 음식 담요 기름 등 갖가지 구호물품을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제공했다. 문제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지금까지 이곳 거주민들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누가 사망했고, 누가 실종됐으며, 누가 이재민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 관리들은 피해를 보지 않은 이웃마을 주민들의 ‘구호물품 빼돌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한편 실종자 구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피해 지역을 ‘집단무덤’으로 선언하고 이재민 구호에 초점을 맞췄던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6일 실종자 구조를 재개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강력한 항의에 따른 조치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실종자 구조작업에 약 400명의 인력을 투입했으며 50m 깊이의 진흙더미 속에서 시신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5일 현재 찾아낸 시신은 300구 정도로 알려졌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