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 지적 법령 470건 분석 개정때 운항관리 처벌조항 빠뜨린 해운법같은 황당한 법령 비일비재 거짓 안전점검 처벌, 公기관은 누락… 건물에 엉뚱한 소방시설 설치규정도
최근 세월호의 안전 관리를 맡은 운항관리자를 해운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 국민의 공분을 샀다. 해양수산부가 해운법을 개정하면서 적용되는 벌칙 조항을 실수로 빠뜨렸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2006년 이후 법제처가 각 부처에 권고한 법령정비의견 470여 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초보적인 실수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정교해야 할 안전 관련 법령 중에도 실수가 적지 않았다. 소방방재청 소관인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은 5층 이상인 주택 등 특정소방대상물에 대해 거짓으로 안전점검을 한 경우 소방시설관리사의 자격을 정지시키도록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안전점검을 거짓으로 한 경우는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같은 법 시행령에서는 특정소방대상물에 설치해야 할 소방시설 종류를 언급할 자리에 엉뚱하게 식당 등 다중이용업소에 설치할 시설을 넣었다.
상위법에서 위임한 처벌 기준을 빠뜨려 혼선을 빚은 경우도 있었다. 2010년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재개발 재건축에 참여하는 도시정비사업 관리업체가 위탁이나 자문 계약 없이 업무를 할 경우 등록취소나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게 했다. 구체적인 처분 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하라고 했지만 막상 시행령에는 해당 내용이 빠졌다가 2년 가까이 지나 법제처의 지적을 받고서야 들어갔다.
현실과 동떨어진 조항도 많았다. 수상레저안전법은 ‘조종면허 없이 요트를 몰면 안 된다’고 했는데 예외 규정을 만들지 않아 몇 년 전까지 국제요트대회에 참여한 외국인 선수가 무면허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생겼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