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테니스 대표 김일순 신임 감독 이정명 前감독과 초등 →실업 한솥밥… “망설이다 언니 간곡한 부탁에 결심”
김 감독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인 1977년 특별활동 시간에 이 감독과 함께 테니스를 시작해 같은 중고교를 거쳐 실업팀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다.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동고동락해왔기에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충격이었다. 둘 다 독신이라 가족처럼 살갑게 의지해 왔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나 싶었다. 정명이 언니는 늘 모범적이고 건강관리도 잘했는데…. 화낼 줄도 모르고 늘 속으로 삭이는 스타일이라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다.”
김 감독은 지난 5주 동안 이 감독을 자신의 성남 집으로 불러 힘겨운 항암치료 과정을 곁에서 도왔다. 암 환자에게 필요한 식이요법도 함께할 만큼 간병에 정성을 다했다. 김 감독은 2일 이 감독과 자신의 멘토인 신순호 대한테니스협회 전무를 만난 자리에서 열흘 넘게 결정을 미뤄온 대표팀 감독 자리를 맡기로 했다. 김 감독은 “9월 인천 아시아경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정명 언니의 부탁과 격려에 마음을 추슬렀다”고 말했다.
1984년 9월 26일자 5면 보도.
김 감독은 “어깨가 무겁다. 내가 잘해야 언니에게도 힘이 되지 않을까. 2차 항암치료로 차도가 있어 다행이다”라고 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