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서 건강에 좋은 자연재료로 지은 주택이다. 사진은 충남 금산군의 흙나무집. 동아일보DB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P 씨는 이 집을 처분하고 인근 산청에 남향 터를 구해 구들방이 딸린 작은 집을 다시 지을 계획이다. 그는 “살아보니 건강에 좋고 유지관리비가 적게 들어가는 집이 최고”라고 말한다. P 씨 집처럼 외관상 보기에는 좋지만 살기 불편하고 관리비만 많이 드는 집은 ‘나쁜 집’이다.
근래 들어 전원주택의 트렌드는 작지만 실속 있는 ‘강소 주택’이 대세다. 대개 100m²(약 30평)를 넘지 않는다. 건강(친환경)과 저에너지라는 기능성을 어떻게 저렴한 비용으로 구현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바닥면적은 작아도 다락방과 덱 등을 살려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한다. 나무와 흙 등 건강에 좋은 자연재료를 주로 사용하고, 고단열을 통해 에너지 비용은 크게 낮춘다. 단지 ‘보기에 좋은 집’이 아니라 속이 꽉 찬 ‘살기에 좋은 집’이다.
그렇다면 ‘이상한 집’은 어떤 집일까. 앞에서 든 P 씨 예처럼 애초 ‘살기에 좋은 집’으로 설계하고 건축하지만 막상 살아보면 ‘나쁜 집’으로 드러나는 그런 집이다. 즉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검증이 안 된지라 살면 살수록 단점이 노출되고 하자가 발생하는 집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집이 그렇다. 필자는 2010년 대기업인 S건설 자회사를 통해 91m²(약 27.5평) 크기의 모듈주택(자재 규격화를 통해 공장에서 80∼90%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지었다. 당시만 해도 다소 생소했던 모듈주택을 선택한 이유는 대기업이 주는 신뢰와 새로운 공법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었다. 시공업체 설명대로라면 이 모듈주택은 시멘트 기초공사 없이 지면 위에 바로 기둥을 세워 올려 짓기 때문에 집 바닥과 지면 사이 창고공간이 확보되고, 상하수도 배관 등 하자 발생 시 수리하기도 쉽다. 또한 땅의 기운이 그대로 전달되고 실내 공기순환장치를 통해 늘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므로 건강에도 좋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전혀 달랐다. 조립식 모듈과 모듈 사이에 층차가 생겨 실내 바닥에 균열이 가고, 설상가상으로 화장실 쪽 배관의 누수까지 발생해 창고 공간 활용은 거의 불가능했다. 전국에 100여 채나 지었다는 S사는 소리 소문 없이 이 사업을 접었다. 그러니 전원주택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검증 안 된 ‘이상한 집’은 가급적 짓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좋은 집과 나쁜 집을 논할 때 풍수지리를 빼놓을 수 없다. 풍수지리상 사람이 살기에 좋은 집(양택 명당)은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항상 좋은 기(氣)가 감도는 집이다. 먼저 (동)남향 터에 자리 잡아 아침부터 햇볕이 들어와 온종일 실내 기운이 밝고, 맑은 공기가 원활하게 소통된다. 이런 집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또한 좋은 집은 교통이 편리하고, 전망이 좋아야 한다.
반면 막다른 골목집, 대문에서 안방이나 부엌문이 바로 보이는 집, 어둡고 그늘진 집, 수맥이 지나는 집, 집 앞과 왼쪽이 막혀 있는 집 등은 살기에 나쁜 집으로 본다. 행복한 전원생활은 보기에만 좋은 ‘나쁜 집’과 말로는 그럴듯한 ‘이상한 집’을 멀리하고, 진정 살기에 좋은 내 집을 지을 때 비로소 활짝 열리게 된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