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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경제]재보험사 코리안리의 ‘안타까운 적자’

입력 | 2014-05-08 03:00:00

잇단 사고 보험금 지급에 실적 추락… ‘안전 불감증 한국’의 단면 보여줘




이상훈·경제부

국내 최대 규모의 재보험회사인 ‘코리안리’가 올 들어 예상치 못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3월에만 89억 원의 영업순손실을 냈고, 1분기(1∼3월) 당기순이익(134억 원)은 작년 동기 대비 81.5% 감소했습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코리안리의 이례적인 실적 악화에 착잡해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안전 불감증의 그늘이 이 회사의 실적 악화에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이나 기업은 불의의 사고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합니다. 보험사도 같은 이유로 ‘보험의 보험’인 재(再)보험을 찾습니다. 대형사고가 터졌을 때 한꺼번에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려면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보상책임을 재보험사와 분담하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국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와 외국계인 스위스리(스위스), 뮌헨리(독일), RGA(미국) 등이 영업하고 있습니다.

코리안리의 실적 부진은 올 들어 대형사고가 유난히 자주 터지면서 보험금 지급이 늘어난 영향이 큽니다. 올 2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드릴십에 불이 난 것을 비롯해 GS칼텍스 기름 유출 사고, 삼성전자 협력사 ㈜DAP 화재, 현대미포조선 충돌 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이 회사들과 계약을 한 보험사는 각각 다르지만, 이 보험사들이 가입한 재보험의 대부분이 코리안리였습니다. 지난달 발생한 아모레퍼시픽 화재와 삼성SDS 전산센터 화재, 세월호 참사에 따른 보험금 지급 부담도 코리안리가 상당 부분 떠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적이 급격하게 나빠졌지만 코리안리 측은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대규모 인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앞에서 보험금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로 보험사 실적이 나빠진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예방하는 것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상훈·경제부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