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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헤지펀드 1분기 8321억 몰려… 저금리시대 새 투자 대안 떠올라

입력 | 2014-05-08 03:00:00

26개펀드 올해 평균 2.4% 수익… 주식형 마이너스 수익률과 대조




3월 초 브레인자산운용이 선보인 헤지펀드 ‘브레인한라1호’는 내놓은 지 하루 만에 투자자 한도인 49명을 모두 채웠고, 총자산은 1171억 원이 모였다. 김모 씨는 “수수료가 10%가 넘어 일반 펀드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면서도 “부동산시장도 살아나지 않고 주식시장도 불안한 요즘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 고민이었는데 헤지펀드는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고민하던 ‘슈퍼리치’들이 사모펀드의 일종인 헤지펀드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슈퍼리치들이 몰리면서 2011년 9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이후 국내에 본격 등장한 한국형 헤지펀드가 자본시장에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는 헤지펀드는 총 26개로 이들이 운용하는 자산총액은 2조6656억 원이다. 주식형펀드 순자산액(61조4472억 원)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하지만 증가세가 놀랍다. 1분기(1∼3월)에만 8321억 원이 몰려 지난해 연간 증가액(7690억 원)을 넘어섰고 작년 말에 비해서도 45%나 늘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 24일까지 헤지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4%로 같은 기간 공모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2.5%)을 훨씬 뛰어넘었다.

2012년 9월 설정된 브레인자산운용의 ‘브레인백두 전문사모투자신탁1호’는 총 42%의 수익률로 현재까지 국내에서 운용되는 헤지펀드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삼성H클럽 Equity 헤지 전문사모투자신탁 제1호’ 등 삼성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상품들도 설정일 이후 20% 이상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헤지펀드는 주가가 떨어질 것 같은 종목은 공매도(빌려서 매도)하면서 동시에 오를 것 같은 종목은 사들이는 ‘롱쇼트 전략’을 활용해 한국 주식에 상당 비율을 투자한다. 한 자산운용업체 관계자는 “사모펀드라 구체적인 포트폴리오를 공개할 수 없지만 한국형 헤지펀드의 80% 정도는 국내 대표기업 주식에 투자한다”며 “그 대신 공모펀드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진입 조건을 낮추고, 여러 개 헤지펀드를 묶어 하나의 공모형 상품으로 파는 ‘재간접 헤지펀드’를 허용해 5억 원 미만의 투자자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사모펀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 2020년에는 국내 헤지펀드 규모가 최대 13조 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헤지펀드 시장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일부 상품은 고액의 수수료를 받는데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기도 한다. 대부분 자산을 주식에 투자해 주식형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올 1분기 세계 헤지펀드들의 운용자산이 2조7000억 달러(약 2806조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으로 헤지펀드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면서도 “걸음마 단계인 한국의 헤지펀드 시장이 성숙해지려면 채권, 원자재 등에도 투자하는 등 투자대상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