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의 시작은 위기 요인을 제때 감지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딜로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고의 약 80%는 경영자의 실수에 의해 일어나고, 그중 80%가 경계심 또는 상황에 대한 인지도가 부족해 발생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2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장수 기업 듀폰의 사례를 참고해 볼 만하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교육 내용 중엔 필통에 필기구를 꽂을 때에는 손이 찔리지 않도록 반드시 펜촉을 아래로 향해 꽂아야 한다는 등의 자잘한 사항까지 포함돼 있다. 문서로 된 정책을 현실로 실체화시킨다는 목표 아래 사소한 내용까지 정해 놓은 덕택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일터’라는 듀폰의 명성 뒤에는 리더의 강력한 의지와 솔선수범이 자리 잡고 있다. 듀폰 설립 당시인 19세기 초만 해도 노동자들 사이에선 술을 먹고 일하는 게 관행이었다. 이 회사 창업자인 E I 듀폰은 안전이 최우선 가치임을 강조하기 위해 근무 중 음주 흡연 금지 등 안전규칙을 명문화해 직원 계도에 힘썼다. 그뿐만 아니라 아예 공장 한가운데에 집을 짓고 살았다.
그러다 1818년 3월 19일, 공장 직원 한 명이 낮술을 마시고 일하다 폭발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당시 공장 직원의 3분의 1이 사망했고, 듀폰의 부인과 어린아이까지 큰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듀폰은 그런 일을 겪고도 부서진 집을 수리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살았다고 한다. 이 사고 때문에 재정적으로 매우 힘들었지만 공장 안전을 위한 투자를 더 확대했고 근무 중 음주 위험에 대한 직원 교육을 한층 강화했다.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들을 위한 연금제도까지 만들어 책임 있는 기업 시민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했다.
이 같은 듀폰의 진심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대형 폭발 사고 이후 공장의 강 건너에 살던 사람들까지 하나둘씩 공장 옆으로 이사를 오는 등 듀폰의 가치에 동참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