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재 ‘잉락 총리 해임’ 결정 “야권 안보위장 경질은 권력 남용”… 反탁신진영 반정부투쟁 손들어줘 親탁신진영 “사법쿠데타” 반발, 10일부터 집회… 7월 총선 불투명
특히 잉락 총리를 낙마시킨 헌재 결정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남쪽 지역과 도시 엘리트가 주축이 된 기득권 세력이 농민과 북부 지역의 지지를 얻고 있는 범(汎)탁신파를 견제하는 태국의 고질적인 정치 반목의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탁신 진영이 장악한 사법부와 국가반부패위원회(NACC) 등 독립적 국가기관들은 과거에도 친탁신 진영 총리 2명을 해임 결정한 바 있다. 또 현 집권당인 프아타이당의 전신이던 정당들을 해산한 것도 두 차례에 이른다. 이 때문에 친탁신 진영은 법관, 고위 관료, 군부, 왕족 등 기득권 세력이 주축이 된 반탁신 진영이 군부 쿠데타나 시위로 친탁신 정권을 몰아내지 못하자 사법부 카드를 활용해 잉락 총리를 축출했다고 보고 있다. 잉락 총리 측은 “헌재 결정은 모든 당을 구속하기 때문에 잉락 총리가 물러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향후 정치 일정도 불투명하다. 잉락 정부가 지난해 12월 의회를 해산하고 올해 2월 조기총선을 실시했으나 헌재가 투표 파행을 이유로 조기총선 무효를 결정했다. 그러나 반정부 진영과 제1야당인 민주당은 재총선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어 7월 총선 일정도 잡지 못했다. 남아 있는 내각이 지명한 니와탐롱 분송파이산 총리 대행이 야권과 원만하게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낼지도 의문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니와탐롱 총리 대행은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쌀 수매 정책을 설계한 장본인이어서 야당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장기간 지속되는 태국의 정정 불안은 경제성장률과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정 불안에 따른 국가적 손실이 지난 6개월간 이미 4300억 밧(약 14조3000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예상 성장률은 당초 4%대에서 2.7% 이하로 떨어졌다.
잉락 총리는 2011년 8월 집권 이후 탁신 전 총리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꼭두각시 논란에 휘말렸다. 하지만 잉락 총리는 “결코 오빠의 지시를 받지 않으며 나 자신의 소신에 따라 정부를 이끌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해 말 탁신 전 총리의 사면과 귀국을 위해 정치 사면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에 직면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