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어버이날… 녹색 다이아몬드 -NBA 코트 수놓은 효심
삼성의 신예 포수 이흥련은 “미트에 ‘父母(부모)’라는 단어를 새겨넣은 뒤 신기하게 야구가 잘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음력 생일인 9일 잠실 경기 후 부모님과 조촐한 식사 자리를 갖기로 했다.
야구에서도 그렇다. 좋은 선수가 반드시 효자인 건 아니다. 하지만 효자 선수 중에 야구를 잘하는 선수는 많다. 어버이날을 맞아 효심이 극진하기로 알려진 한국 프로야구의 효자 선수들을 소개한다.
삼성의 ‘주전’ 포수 이흥련(25). 그가 없었다면 올해 삼성이 어떻게 야구를 했을까 싶다. 시즌 시작과 함께 삼성은 주전 포수 진갑용과 백업 포수 이지영을 부상으로 잃었다. 쓸 선수가 없어 그나마 1군으로 불러 올린 게 기대주 이흥련이었다.
팀에도 효자지만 그는 집에서도 효자다. 그의 미트에는 ‘父母(부모)’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
대학교 1학년 때 그는 야구를 그만두려 했다. 두 차례의 어깨 수술이 너무 힘들었다. 당시 그를 붙잡은 게 부모님 생각이었다. 아버지는 택시 운전을 하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며 그를 뒷바라지했다. 그를 위해 당신들의 인생을 바친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다. 그날부터 그는 포수 미트에 ‘父母’를 새겼다. 그는 “잡념이 생기고 자신감이 없어질 때마다 미트 위 두 글자를 보면 생각이 말끔히 정리된다. 항상 부모님이 나를 응원해주시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LG 마무리 투수 봉중근은 “글러브에 있는 아버지(고 봉동식 씨)가 항상 지켜봐 주시고 돌봐 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봉중근은 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선산에 묻힌 아버지를 찾을 예정이다.
두산 외야수 민병헌(27)도 누구나 인정하는 효자다. 그는 “어머니를 위해 야구를 한다”는 말을 수시로 한다. 중1 때 아버지가 뇌출혈로 돌아가신 뒤 어머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다. 민병헌이 프로에 입단하던 당시 스카우트들이 “저런 선수는 꼭 성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을 정도. 민병헌은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신 엄마를 보면서 어릴 적부터 야구로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을 키워 왔다. 야구를 더 잘해서 엄마를 호강시켜 드릴 것”이라고 했다.
올해 수준급 선발로 발돋움한 한화 왼손 투수 유창식(22)은 고교 최대어로 평가받던 2011년 홀어머니를 위해 메이저리그 대신 한국 야구에 남기로 했다. 어머니 최숙자 씨는 식당일을 하면서 그를 뒷바라지했는데 아들을 강하게 키우기로 유명했다고. 유창식은 “중3 때 야구가 너무 힘들어 가출하겠다고 했더니 엄마가 ‘그럼 나도 나가버리겠다’고 하셨다. 이후 군소리 없이 야구만 열심히 했다”며 웃었다. SK 마무리 투수 박희수(31)는 이와 반대로 어머니에게 친근한 아들로 유명하다. 2012년 시상식 때 어머니 이순덕 씨와 포옹하며 기쁨을 표하는 모습을 본 SK 관계자는 “아들이 그러기 쉽지 않은데 너무 부러운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들 외에도 음으로 양으로 효도를 실천하는 야구 선수가 많다. 부모에게 최고의 효도는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플레이하는 것이다. 모든 효자 선수들, 파이팅.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