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災정황 속속 드러나는데 뒷짐만… “서울시-경찰 조사와 중복” 해명
2일 249명의 부상자를 낸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 사고 이후 서울메트로가 이에 대한 자체 감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국토교통부, 서울시가 각각 사고 원인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에 정작 사고 당사자인 서울메트로는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강연기 서울메트로 감사는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경찰, 국토부, 서울시 등 3곳에서 조사를 하고 있어 자체적인 감사를 실시할 여력이 없다. (사고 관련 직원들이) 그로기(권투에서 매우 지쳐 쓰러질 만한 상황) 상태여서 그렇다”고 해명했다.
6일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서울메트로의 부실 관리 등에 따른 총체적인 인재(人災)로 잠정 파악됐다. 서울메트로 측은 사고 발생 14시간 전에 신호 체계 이상을 발견했지만 제대로 조치하지 못했다. 종합관제소는 사고가 난 사실조차 승객의 신고를 받고서 알았다. 앞에 있던 전동차 기관사는 출발 지연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대피 안내 방송’에 대해서는 승객과 기관사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서울메트로는 “중복 감사가 된다”며 감사를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 원인이 직원들의 ‘근무 태만’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사고 후 감사마저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