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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백연상]구조현장에도 ‘안전’ 없는 대한민국

입력 | 2014-05-08 03:00:00

잠수사들, 사력 다해 수색하는데… 해경 고위직 “위험해도 작업하라”
인터넷 기자 “작전하다 다쳐도 돼”… 민간잠수사 사망은 예견된 참사




백연상·사회부

6일 세월호 수색 작업에 투입된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가 사망하기 12일 전인 지난달 2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은 일부 실종자 가족들의 고성으로 뒤덮였다. 조류가 약해지는 ‘소조기’ 마지막 날, 당시 팽목항에서는 ‘잠수사들이 소조기인데도 불구하고 물속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유언비어가 떠돌았다.

이에 해경 관계자는 “소조기라고 잠수부들이 24시간 바닷속에서 작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선내에서 작업할 수 있는 하루 4번의 정조기가 보통 때보다 길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가족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진 못했다. 결국 이날 오후 5시 50분경 해경 고위 관계자는 가족들 앞에서 바지선에서 작업하고 있는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위험하더라도 신속히 작업하라”고 담당자에게 지시를 내렸다. 경찰처럼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명확한 조직에서 상사의 이런 명령을 받은 부하들의 심정은 물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이날 밤에는 한술 더 뜨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둘러싼 가족들과의 대화를 인터넷 생방송으로 내보내던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지금 장관님이나 청장님은 투입하는 잠수사들의 안전을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이 아이들한테 천추의 천벌을 안 받으려면 작전하다가 다치는 사람이 나와도 된다”고 말했다.

다음 날 한 민간 잠수사를 만나 수색 작업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들었다. 이 잠수사는 “미국이나 유럽 같으면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도 잠수사들의 잠수 횟수와 시간을 정확히 정해 놓고 작업시킨다”며 “하지만 현재는 한시라도 빨리 아이들을 구출해 오는 것이 실종자 가족들과 전 국민의 바람이기 때문에 민관군 구조팀 어느 누구도 안전 문제에 대해선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사실 사고 발생 뒤 수색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잠수사들의 ‘안전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겪는 육체적 정신적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달 29일 사고 해역의 언딘 바지선에서 만난 해군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은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 바닷속에서 작업을 하는 건 거친 폭풍우에 맨몸으로 맞서는 것과 같다”며 “체력이 한계에 다다를 때가 많지만 그래도 사력을 다해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고 밝혔다.

천안함 폭침 현장에 투입된 한주호 준위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지 4년 만에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대한민국이 ‘안전 후진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구조 현장에서도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철저히 점검해 봐야 할 시점이다.

백연상·사회부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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