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어버이날 2제] 엄마 아빠 생일날 어김없이 “케이크 사왔어” 하던 아들아 오늘 내 생일인 거 알지?… 보고 싶다, 빨리 와줘!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아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노란 리본에 적고 있다. 어머니의 생일이던 이날도 나 군은 돌아오지 못했다. 진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강민 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어버이날에 카네이션 챙기는 걸 빼먹은 적이 없었다. 초등학생 때는 서툴게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줬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매년 카네이션을 사왔다. 야근이 잦았던 나 씨가 아들이 등교한 뒤에 집에 들어간 해에도 식탁 위에는 어김없이 카네이션이 놓여 있었다. 하나뿐인 아들은 아버지, 어머니의 생일도 잊는 법이 없었다. 지난해 9월 나 씨의 생일날, 일을 마치고 들어와 자고 있던 나 씨를 하교 후 돌아온 아들이 깨웠다. “아빠 케이크 사왔어. 생일 파티하자.”
5일은 강민 군의 어머니(43) 생일이었다. 팽목항에서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는 이날 아들이 돌아오길 염원하며 부둣가에 달린 연등에 노란 리본을 매달았다. ‘강민아! 오늘 엄마 생일인 거 알지? 기다릴게. 사랑한다. 내 아들 너무 보고 싶다. 내 애기 빨리 와줘!’라고 쓴 리본이 바람에 나부꼈다. 반대편에는 나 씨가 ‘강민아, 아빠다. 미안타(미안하다). 기다릴게. 꼭 한번 보자꾸나’라고 쓴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강민 군은 수학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에도 고모에게 전화해 곧 어머니 생일이라고 알려줬다.
실종자 수가 30여 명으로 줄어들면서 나 씨의 마음도 점점 조급해졌다. 아버지는 7일에도 진도 앞바다에서 하염없이 아들을 기다렸다. 효자 아들은 애타는 어머니,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날도 돌아오지 않았다.
진도=주애진 jaj@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