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현, 옥주현의 뒤를 이을 국내 뮤지컬계 여우주연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박지연. ‘레미제라블’에서 에포닌을 맡아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박지연은 지난해 11월부터 ‘고스트’의 여주인공 몰리로 살며 영혼과의 사랑에 빠져 있다. 사진제공|신시컴퍼니
■ 뮤지컬 ‘고스트’ 몰리 역 박지연
몰리는 에너지 빼앗는 무시무시한 배역
공연 끝나면 1시간 멍하니 앉아있곤 해
데뷔때부터 장기공연 많아 이제는 익숙
같은 공연이지만 새롭게 찾는 것 많죠
● 장기공연의 박지연…외국 스태프들이 사랑하는 여배우
박지연의 출연작이 적은 이유는 대부분 대작이고, 장기공연을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맘마미아’의 경우 2년이나 ‘소피’로 출연했다. ‘고스트’ 역시 지난해 11월부터 몰리로 살고 있다. 그래서 ‘장기공연의 박지연’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렇게 한 공연을 오래하면 아무리 좋은 작품, 배역이라 해도 지겹지는 않을까.
“데뷔 때부터 장기공연을 해서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은 한 작품에 오래 집중하는 것이 좋다. 너무 길면 나름 곤란한 점도 있겠지만 1년 정도는 적당하다고 본다. 매일 같은 공연이지만, 공연을 하면서 새롭게 찾아가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박지연은 외국 스태프들에게 속된 말로 ‘잘 먹히는’ 스타일이다.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고스트’는 외국 라이선스 작품이기 때문에 외국 스태프가 오디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내 배우에 대한 선입견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신인들의 ‘깜짝 캐스팅’이 이루어지곤 한다. 박지연은 ‘깜짝 캐스팅’의 최대 수혜자다.
일찌감치 ‘고스트’의 노래에 통달한 박지연에게 오디션은 편안한 관문이었다. 박지연은 “맘마미아 때도 그랬고, 왠지 외국 스태프들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해외진출을 해야 하나 보다”라며 웃었다.
● 공연장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배우
‘고스트’는 패트릭 스웨이지, 데미무어가 주연한 1990년도 영화 ‘사랑과 영혼’의 뮤지컬 버전이다. 사고로 위장된 죽음을 당한 샘의 영혼이 연인 몰리의 곁에 머물며 그녀를 돕는, 아름답고 눈물겨운 러브스토리다.
몰리는 배우의 에너지를 대량으로 빼앗는 ‘무시무시한’ 캐릭터다. ‘위드 유’, ‘레인/홀드 온’과 같은 넘버도 쉽지 않지만 무엇보다 감정의 굴곡이 엄청나기 때문에 제대로 표현해 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감정의 소모를 피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박지연이 들려주는 고스트의 깨알 관람 팁.
“관객에게 샘의 영혼은 보이지만 배우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다. 그걸 감안하고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무심코 넘길만한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고스트의 배경은 1980년대다. 배우들의 은근히 촌스러운 패션을 보는 재미도 있다. 예를 들어 은행지점장이 신고 있는 양말은 빨간색이다. 몰리의 의상도 보라-보라, 청-청, 검정-검정식의 깔맞춤이 많다. 요즘 그렇게 입으면 무척 촌스러워 보일 것이다(웃음).”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