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암 투병… 통영 성모의원 유문두 원장, 7년만에 장편 ‘귀향’ 펴내
암 수술 이후 7년간 장편 대하소설을 쓰면서 죽음의 공포를 이겨낸 경남 통영 성모의원 유문두 원장. 유원장은 “글을 쓸 때만큼은 왕이 된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유문두 원장 제공
경남 통영 성모의원 유문두 원장(55·노인의학전공)은 최근 4800쪽에 이르는 12권짜리 대하소설 ‘귀향’(필담)을 한꺼번에 펴냈다. 2007년 7월 편도암 수술을 받고 3개월 뒤부터 쓰기 시작해 7년 가까이에 걸쳐 완성했다. 고향인 통영을 배경으로 1943년부터 2009년까지 혼돈과 갈등, 변화의 시기를 겪어내는 유홍조 일가 3대의 대서사가 펼쳐진다. 유 원장을 e메일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2007년 여름은 흙빛으로 기억된다. 목 부분에 생긴 양성 종양을 제거하고 별 근심 없이 지내던 때였다. 우연히 거울 앞에 섰다가 그동안 안 보이던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대학병원으로 달려갔다. 암이 후두 가까이까지 자란 데다 림프절에도 막 침범하기 시작한 터였다.
“통영은 작은 도시라서 소문이 짜합니다. 원장이 암에 걸렸다는 소문이 도니까 환자들이 병원에 안 오더라고요.(웃음) 의사라서 내 상태는 누구보다 잘 알지, 죽는다는 두려움은 엄습해오지…. ‘그래, 앞으로 살날이 5년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자’ 하는 마음을 먹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환자가 없었던 게 복이었죠.”
처음에는 20대인 두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에서 시작한 글쓰기였다. 무뚝뚝한 아버지였다. 자식들과 제대로 대화해본 적이 없었다. 세상을 등질지도 모르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전깃불도 없고 리어카 같은 운반 수단도 없던 시절, 어머니에게 들었던 고향의 옛이야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기왕이면 재밌게 읽었으면 해서 허구를 넣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더군요. 경험 중심의 서술을 기본으로 하고, 통영 사료를 뒤져서 시대별로 사건을 분류했습니다. 고향마을이 유씨와 김씨 집성촌이어서 두 집안의 족보를 구해 참고했지요. 나중에는 실제 인물보다 소설 속 인물이 더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가 됐어요.”
소설의 틀을 잡으면서 신문, 소설, 문법서, 사전을 끼고 살았다. 제대로 쓰고 싶어서 한산도에 작업실을 둔 소설가 유익서의 문하로 들어갔다. 빨치산이 등장하는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지리산을 오르내리고, 6·25전쟁 당시 포로수용소를 그리려고 거제 고현동, 통영 용초도와 추봉도를 답사했다. 소설 속 통영 사투리를 온전히 살리기 위해 병원을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쓰는 말도 수시로 메모했다. 소설 맨 마지막에는 110쪽 분량의 통영 방언사전도 실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