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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골프 기기 점유율 1위 ‘골프존의 甲질’

입력 | 2014-05-09 03:00:00

시중가 500만원대 영상장비, 3500만원에 끼워팔아
공정위 “43억 과징금-檢 고발”… 패키지 내세워 1만8000개 판매
시스템 오류로 영업손실 발생해도 점주에 책임 넘기고 쥐꼬리 보상




2011년 서울에서 스크린골프 연습장을 연 김모 씨는 골프존과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 구입 계약을 하며 프로젝터,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등을 3500만 원에 구입했다. 이 장비들은 골프존과 맺은 계약서에 ‘기본품목’으로 지정돼 있어 어쩔 수 없이 골프존으로부터 구입해야만 했다.

김 씨는 최근 동종업계 사람들로부터 500만 원이면 이 장비들을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 쇼핑몰 등을 이용해 따로 구매할 경우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프로젝터와 스크린 등을 사용해도 골프존의 소프트웨어와 호환이 된다는 점도 뒤늦게 알았다.

김 씨처럼 스크린골프 점주에게 영상기기 등 각종 물품을 끼워 팔아 온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에 43억여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스크린골프 연습장 점주를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한 골프존에 43억4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개발·판매하는 골프존은 전국에 약 4800개 매장을 지닌 시장 점유율(91.4%) 1위 업체다.

공정위에 따르면 골프존은 2009년 6월부터 현재까지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판매하며 점주에게 프로젝터와 스크린 등 영상장비를 일괄 판매했다. 2009년 6월 이후 패키지로 판매된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약 1만8000개에 이른다. 공정위는 골프존이 각종 장비를 기본품목에 포함해 패키지로 판매하며 점주의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골프존이 275만 원에 판매한 프로젝터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175만 원, 중고품은 9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며 “골프존은 점주가 개별 장비의 단가를 알아챌 수 없도록 하나의 패키지로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골프존은 자사가 판매한 시뮬레이션 시스템 오류로 점주가 영업을 못할 경우 점주에게 영업손실을 충분히 보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템 장애의 원인이 불분명하다며 입증책임을 점주에게 떠넘기거나 일방적으로 낮은 금액을 보상액으로 제시하며 합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한 매장의 경우 시스템 오류로 약 78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지만 골프존 측은 6만9000원을 보상하는 데 그쳤다.

이 밖에 골프존이 점주의 사업장을 이용해 광고를 한 뒤 점주에게 수익을 나눠주지 않은 점도 불공정 거래 행위로 지적됐다. 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 관계자는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스크린골프가 만들어졌지만 골프존의 끼워팔기 등으로 단가가 높아지며 소비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골프존 측은 “프로젝터 끼워팔기 등을 강요한 적이 없으며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한 이유는 제품 가격에 연구개발(R&D) 비용 등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며 “공정위의 발표 중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아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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