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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희 기자의 숨은 서울찾기]동대문구 ‘한의약박물관’

입력 | 2014-05-09 03:00:00

산양배꼽-백화사… 달콤 쌉쌀한 그곳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약령시 ‘한의약박물관’은 한약재료들을 직접 눈으로 살펴보고 효능까지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 한쪽에서는 생김새가 비슷한 약재들을 비교해 보거나 흔히 볼 수 없는 독성이 있는 약초를 구경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차와 음식, 목욕 재료로 쓰이던 한방약재들을 살펴보고 있다. 한의약박물관 제공

어머니가 집 앞 마당에서 부채를 흔들며 정성껏 약을 달이던 모습은 이젠 ‘추억 속의 풍경’이 됐다. 집 주변으로 퍼지던 달콤하고 쌉쌀한 한약 냄새도 맡기가 힘들어졌다. 작은 약탕기에 약재를 한 첩씩 넣어 직접 달여 먹는 방식 대신에 한의원에서 비닐팩에 담긴 한약을 편하게 사먹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은은한 한약 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곳이 있다. 한약 재료시장인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약령시가 그렇다. 이곳 한편에 자리 잡은 동의보감타워 지하 2층에는 온갖 한약 재료들을 모아둔 ‘한의약박물관’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불치이병 치미병(不治已病 治未病·이미 병이 된 것을 다스리려 하지 말고, 병이 되기 전에 다스려라)’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머리 희끗한 할머니, 할아버지 ‘한약 해설가’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박물관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온갖 희귀 약재를 모아둔 코너. 산양의 배꼽, 백화사(白花蛇·백사), 소뿔 등 생김새도 특이한 재료들이 유리관 속에 전시돼 있다. 그 옆으로 500여 종의 한약재를 식물성 동물성 광물성으로 나누고 효능과 기원을 설명해놓은 유리관을 구경하며 걷다 보면 ‘한약 백과사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수십 가지 버섯 종류가 전시된 곳부터 사극에 등장하는 ‘사약’ 재료를 모아둔 곳까지 볼거리도 다양하다.

한약 재료를 채집해 햇볕과 그늘에 각각 말리고 한약을 달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모형으로 전시해둔 코너도 있다. ‘뿌리나 껍질, 딱딱한 줄기, 열매는 햇볕에 말리고 잎이나 꽃, 꽃봉오리는 그늘에 말린다’는 상식이나 ‘조선시대에는 대구 전주 원주 등에서 한약재를 전문으로 다루는 약령시가 해마다 봄·가을 열렸다’는 역사적 배경을 공부할 수 있다.

관람객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피부 미용, 스트레스 해소, 비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한약재들을 모아놓은 코너다. 투명한 유리통에 담겨 있는 약초들을 구경하고 향기도 맡으며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효능을 배울 수 있다. 박물관 한쪽에서는 사상체질이나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보거나 약재를 빻아 향주머니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무료. 02-3293-4900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