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은 자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해 금지선(red-line)을 넘었다. 북한은 핵을 탑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은 인근 해역에서 계산된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시원한 해법도 없는 듯하다. 국제질서가 와해되지는 않았지만 적법 절차가 준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확연해 보인다.
수십 년간 전쟁과 경제난을 겪어 온 미국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동맹과 글로벌 파트너 역시 자국 내 도전 과제로 국제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의 경제 침체는 상당한 국방비 삭감을 가져왔다. 서울에서 캔버라 뉴델리 도쿄까지 아시아 민주국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내심 국제질서 유지를 위한 비용 지출을 내켜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런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보수적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마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해석 개헌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사례를 극도로 제한하려 하고 있다. 일본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의 1% 미만으로 여전히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을 견제하며 이미 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김정은의 군사력 증대에 맞춰 한미 동맹과 억제력을 강화했고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장에 합의토록 설득했다. 김정은이 4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이에 맞선 채찍과 당근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힘써온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구축도 북한 관리에 필요하다. 중국의 대북 압박 능력이 제한적이지만 북한 지도자들에게 우려와 의구심을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무모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
역사 갈등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 오바마 대통령과 헤이그에서 만났다. 아베 총리가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을 헤아리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한일관계는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내년엔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두 주요 자유시장 국가가 안보, 북한 문제 등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 과제를 두고 협력할 수도 있다.
문제는 한국과 같은 중견국이 불량배들의 행패를 막고 규범과 질서를 바로 세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허브(Hub·미국)-바퀴살(Spoke·한국 등 동맹국)’ 안보모델은 국제사회에서 유사한 가치관을 추구하는 느슨한 국가 간 네트워크로 대체될 수 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