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등 정부가 할일 170건 위탁… 안행부는 집계조차 못해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 취재팀이 정부 각 부처의 민간위탁 업무를 분석한 결과 무분별한 민간위탁 때문에 국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책임질 일인데도 특수한 기술이 필요하다거나 지나치게 단순한 일이라는 이유로 ‘안전 업무’를 민간에 무차별적으로 맡기는 것은 사회 전체의 위험 수준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9일 정부의 2014년 예산지출서에 따르면 올해 나랏돈이 지원되는 민간위탁 사업은 170여 건, 3조 원 규모였다.
군납 제품의 품질을 검증해야 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이 검증 업무를 민간에 맡긴 결과 전투기 부품검사 결과가 위조되고 장병들이 먹는 음식 재료의 발암물질 함량이 조작된 사실이 최근 적발되기도 했다. 이 역시 정부가 공공기관과 민간에 검사를 맡겨둔 채 감독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군사전문가들은 “높은 정밀도가 요구되는 첨단무기와 관련해 고질적인 위·변조가 계속되면 나중에 어떤 대형사고가 터질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민간위탁업무 규정을 관할하는 안전행정부는 민간에 맡긴 사업이 몇 건인지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령인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위탁기준 등을 정해 뒀지만 규정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 길이 없다. 한마디로 정부의 민간위탁 사업이 주먹구구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재정 지원을 받지 않지만 국가 업무를 위탁받아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민간업체가 많은데도 이 역시 제대로 집계조차 안 되고 있다.
안행부 관계자는 “각 부처의 개별법에 따라 정부 사업을 민간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 근거법이 없을 때 안행부 규정을 빌려 쓰는 정도여서 전체 위탁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재정전문가는 “지금처럼 부처들이 민간에 업무를 위탁하기만 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회 곳곳에 지뢰를 묻어두고 방치하는 격”이라며 “위탁업무를 전수조사해 안전과 관련된 위탁업무의 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그래도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회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