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 스포츠동아DB
두산 좌완 유희관(28)의 영원할 것 같았던 두 가지 ‘불패 징크스’가 9일 무너졌다. 잠실구장 초강세와 삼성 킬러의 면모가 그것이다.
유희관은 투수친화적인 잠실의 환경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영리한 투수다. 지난해 잠실에서 25경기에 등판해 91.2이닝 동안 방어율 2.55(26자책점)를 기록했다. 홈런은 4개만 맞았다. 이 기세는 올해도 이어져 8일까지 잠실 3경기에서 2승 무패, 21이닝 3자책점으로 방어율 1.29였다.
데뷔 이래 유희관의 잠실구장 방어율 합계는 2.32의 초강세다. 이런 유희관이 잠실보다 더욱 기록이 좋았던 구장이 하나 있는데 바로 삼성의 홈구장 대구였다. 통산 2경기에 등판해서 15.2이닝 2실점으로 방어율 1.15를 찍었다. 그 중 하나가 올 시즌 4월 15일 대구 삼성전인데 8.2이닝 1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완봉승에 아웃카운트 1개만 남기고 삼성 나바로에게 홈런을 맞아 아쉽게 놓쳤을 정도로 경기를 지배했다.
이런 유희관의 두 가지 자랑이 9일 잠실 삼성전에서 무참히 깨졌다. 2회초 삼성 박석민에게 선제 솔로홈런을 맞더니 3회 나바로에게 다시 솔로홈런을 맞았다. 2-4로 두산이 따라붙은 5회초에 다시 박석민에게 좌월 2점홈런을 맞았다. 7회에는 좌타자 최형우에게까지 2점홈런을 허용하고 이날 8실점 중 6점을 홈런으로 내줬다. 홈런 4방은 데뷔 이래 유희관의 1경기 최다 피홈런이다. 피홈런뿐 아니라 9일 잠실 삼성전은 유희관은 1경기 최다 실점(8실점), 최다 자책점(8점), 최다 피안타(11안타) 경기가 됐다.
두산이 9연전을 치르는 와중이라 고갈된 불펜진을 아끼기 위해 6.2이닝을 던져야 해 실점은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시즌 4승 무패에 방어율 1점대(1.91)의 상승세도 꺾였다. 유희관의 방어율은 3.12로 치솟았다. 잠실구장과 삼성이 유희관에게 악몽으로 돌변한 9일이었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