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사회분위기… 원화 강세로 수출 비상… 최대 수출국 中의 경기둔화 개막 한달 남겨두고 기업들 울상
가전업체들은 올 초 스포츠 경기 시청 기능을 특화한 TV를 대거 출시했지만 마케팅을 중단한 상태다. 삼성전자 제공
현대자동차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한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후원사지만 월드컵 마케팅을 자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기업들은 최근 소비 위축과 급격한 원화 강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우울한 5월’을 보내고 있다.
○ 사라진 월드컵 특수
8일 월드컵 대표팀 최종 엔트리 23명이 발표된 가운데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사인 KT는 월드컵을 앞두고 진행하려던 마케팅 광고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세월호 참사 전 붉은 악마 공식 응원가 앨범 제작을 후원하는 등 활발한 월드컵 마케팅을 진행했지만 모두 중단했다. KT 관계자는 “월드컵이라는 말 자체를 꺼내기가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0년 월드컵 수준의 마케팅 및 광고비용을 책정했지만 아직 집행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열릴 예정인 길거리 응원 후원도 검토만 하고 있다.
월드컵 특수의 대표적 수혜 업종인 가전업계도 사회적인 애도 분위기를 감안해 대대적인 홍보나 할인행사 등을 자제하고 있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월드컵 때문에 TV 교체 수요가 늘어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기업들이 월드컵을 계기로 적극적인 마케팅과 할인행사를 하며 수요를 이끌어내기 때문에 월드컵 특수가 매출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하지만 요즘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기업이 어떻게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식음료나 유통업계 등 월드컵 특수를 노리고 있는 기업들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월드컵 특수가 본격적으로 구매로 이어져야 할 5월 하순 이후에도 침체된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면 해당 기업들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침체된 내수와 함께 수출도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원화 강세 추세는 수출기업들의 주름을 깊게 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9일 기준 1026원으로 2월 초에 비해 60원가량 떨어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지금 같은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의 회복을 기대하는 시점에서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이 수출 및 경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제조업 대기업 120개사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경영계획을 수립할 당시 기준으로 설정한 원-달러 환율은 평균 1077.9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이 판단하고 있는 손익분기 환율은 평균 1052.3원이어서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상당수 기업의 경영 차질이 불가피하다.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의 경기 둔화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7.5%로 예상하고 있지만 1분기(1∼3월) 성장률은 7.4%에 그쳤다. 올해 초부터 4월 20일까지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420억5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 수출 증가율이 8.7%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