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개봉 ‘끝까지 간다’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끌고 가는 솜씨가 돋보이는 영화 ‘끝까지 간다’. 형사 건수(이선균)가 밤길에 행인을 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쇼박스 제공
뭐가 그리 비싸냐고?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50억 원)를 2시간 상영 기준으로 분(120분)과 초(7200초)로 나눴을 때 말이다. 여기에 스태프 수백 명이 몇 달씩 매달려 열정을 쏟는다. ‘글래디에이터’의 리들리 스콧 감독은 “영화는 1분 1초가 전쟁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영화는 매 순간이 일리아드이며 오디세이여야 한다. 장면마다 새로운 영화를 만났을 때 희열을 느끼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29일 개봉하는 ‘끝까지 간다’는 상반기 한국영화 중 제일 도드라진 상업영화다. 치열함과 정교함이 주는 쾌감지수가 꽤 높다.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과 나홍진 감독의 ‘신선함’을 아우른 작품이다. ‘마더’(봉준호)에서 봤던 치밀한 계산과 ‘추격자’(나홍진)가 선보인 긴장감을 두루 갖췄다. ‘매우 정교하면서도 유쾌하며 신선한 자극을 주는 영화.’ 칸영화제 측이 올해 감독주간에 이 영화를 초청하며 건넨 평가다.
영화에서는 두 인물(건수와 창민)이 벌이는 심리게임, 삐끗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수의 아슬아슬한 상황이 111분간 펼쳐진다. 영화의 매력은 엔드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까지 관객의 허리를 곧추세우게 한다는 점. 제목처럼 팽팽한 긴장이 끝까지 가는, 오랜만에 맛보는 쫀득한 스릴러다. 김성훈 감독은 9일 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끝까지 예측불허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긴장과 이완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영화의 리듬에 온몸을 맡겨도 좋다. 시체를 트렁크에 싣고 달리던 건수가 음주단속에 걸린 장면. 건수를 검문하던 의경의 한마디로 최고조까지 밀어올린 긴장을 한순간에 폭소로 풀어낸다. “주민등록번호가 (13자리가 아니라) 14자리지 말입니다.”
111분간 느슨한 듯 놓았다가 다시 죄기를 반복하며 관객을 칠종칠금(七縱七擒·일곱 번 놓아주었다가 일곱 번 잡는)하는 감독의 솜씨가 노련하다.
장면 장면의 정교함은 상영 시작 10분도 지나지 않아 확인할 수 있다. 건수가 차로 친 시체를 몰래 어머니 관 속에 함께 넣기 위해 동원한 방법(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이 기발하다. 김 감독은 7년 넘게 영화를 준비하고 시나리오를 수십 번 수정하는 공을 들였다.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년)에 이은 김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이번 영화가 우연인지, 실력일지 알려줄 그의 다음 영화가 기다려진다. 15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