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1일 일요일 흐리고 비. 거미, 인간. #107 Alicia Keys feat. Kendrick Lamar ‘It's On Again’(2014년).
미국의 R&B 싱어송라이터 얼리샤 키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스파이더맨은 미국 뉴욕 윌리엄스버그 다리에서 난간 아래 매달린 꼬마의 목숨을 우연찮게 구하면서 공적 책임에 눈을 뜬다. ‘전 스파이더맨입니다’란 대사를 처음 뱉는 이 장면이야말로 모든 것의 시작인 것이다. 경찰서장인 여자친구 아빠와 파커의 설전도 의미심장했다. 거미인간의 활극은 재난이란 거울이 투영한 일그러진 상을 마주한 요즘 우리 사회를 떠오르게 했다. ‘재난 앞에 급한 것은 무엇인가’ ‘민간과 공공은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 ‘무능과 무신경이 결합된 컨트롤타워는 높고 공허한 탑인가’ 같은 질문들….
전기인간처럼 저돌적인 켄드릭 라마의 랩이 담백하게 노래하는 얼리샤 키스의 보컬과 대비되는 주제곡 ‘이츠 온 어게인’의 “내가 말할 수 있는 건/세상은 멈추지 않고/또 시작이라는 것”이라는 노래는 고단한 거미인간의 독백 같다.
10, 11일 수십 개의 인디음악팀이 서울 홍익대 주변 거리에서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은 음악가들의 선언’이란 공연에 산발적으로, 자발적으로 나섰다. 축제가 아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