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경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 자택근처 병원 찾아 심폐소생술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삼성서울병원을 평소 이용했던 이 회장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 가까이 있는 순천향대병원을 늦은 밤 급하게 찾았다는 것은 상황이 매우 긴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혈전(피떡)으로 막혀 혈액 공급이 안 되는 상태를 말한다. 급성 심근경색은 심장마비를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 회장 가족과 비서진이 자택 가까운 곳에 위치한 순천향대병원을 찾은 건 매우 적절한 판단이었다. 처음부터 거리가 먼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면 차량 안에서 심장마비 증세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CPR를 하면 심장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혈액을 순환시킬 수 있다. CPR를 하지 않거나 늦게 하면 심장 박동이 다시 시작되더라도 의식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생존하더라도 심한 뇌손상을 입게 된다. CPR를 통해 이 회장이 위험한 상황을 넘기자 순천향대병원에서는 기도 확장을 위해 기관지 삽관 시술을 진행했다. 그리고 상태가 다소 호전된 11일 0시 15분경 이 회장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한 이 회장은 오전 1시경 심장의 혈관을 넓혀주는 스텐트(Stent) 삽입 시술을 받았다. 1초, 1분이 급박했던 이 회장의 건강 상태는 오전 1, 2시경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재 심장과 폐 기능이 크게 떨어질 때 하는 ‘체외막산소화 장치(ECMO·에크모)’ 시술을 받고 있다. 에크모는 환자의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장비로 정맥에서 혈액을 체외로 빼낸 뒤 동맥혈로 바꿔 환자에게 주입한다.
심장마비가 발생했을 때 우려되는 뇌손상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초기 조치를 적절하고 신속하게 잘한 덕분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의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회장이 고령이고, 과거 폐 림프암을 앓았기 때문에 정확한 예후는 다소 시간이 지나야 파악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세형 turtle@donga.com·이샘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