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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의 꽃’ 차관출신 13명 유관단체에… 부처와 유착 심화

입력 | 2014-05-12 03:00:00

[부처 출신 관피아 384명 명단 공개]
‘관피아’ 실태와 근절 방안




퇴직 관료가 산하 기관이나 공기업, 협회에 재취업해 그들 기관의 이해를 대변하고 공무원들은 그들을 비호하는 ‘관피아’ 공존의 사슬. 11일 정부가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켜켜이 쌓여온 구태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국회가 퇴직 관료들의 민간 기관 재취업 방식과 규모, 유착 실태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본 뒤 선진국 사례를 참조해 근절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차관 출신 13명도 관련 기관 근무 중

각 부처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각 부처에서 차관을 지낸 뒤 관련 기관 대표 등으로 활동 중인 인사가 13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전 산업자원부 1차관)을 비롯해 △오영호 KOTRA 사장(전 산자부 1차관)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상 전 지식경제부 2차관) △안현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전 지경부 1차관)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이상길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원장(이상 전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 △김주수 한국단미사료협회 회장(전 농림부 차관) △최재덕 해외건설협회 회장(전 건설교통부 차관) △박덕배 한반도수산포럼 대표(전 농림수산식품부 2차관) △안양호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전 행정안전부 2차관) △정창섭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원장(전 행안부 1차관) △홍양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전 통일부 차관) 등이 차관으로 퇴직한 뒤 관련 기관에 재직 중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부 부처의 고위직인 차관까지 지낸 인사들이 관련 기관장으로 활동할 경우 유착의 폐해가 더 심각할 수밖에 없어 더 엄격한 취업 제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선진국 관피아 방지책 벤치마킹해야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수산부 퇴직 관료들이 관련 협회를 장악한 실태가 드러나자 안전행정부는 7월부터 재취업 제한 대상을 기존 영리기업에서 비영리 기관·단체 등으로까지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퇴직 후 2년간 제한’이라는 규정은 그대로다. 이미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퇴직 관료들에 대한 대책은 없는 상태다.

국회에서는 정부가 바꾸는 시행령으로 재취업 제한 대상을 규정하지 못하도록 관련법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근절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처벌 규정도 아직 논의되지 않는 상태다. 정부의 고위직까지 지낸 경험과 전문지식을 사장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관피아의 폐해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진국은 공직자 퇴직 후 취업에 대한 감시 장치가 제도화돼 있다. 한국과 유사한 관료제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은 퇴직 관료가 관련 공기업 등에 여러 차례 재취업하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2008년 취업을 한 번만 허용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미국은 공직자의 재취업을 연방법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재취업 금지 기간을 업무 관련성에 따라 1년, 2년으로 나눴으며, 업무 관련성이 아주 높을 경우에는 재취업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 이 규정을 위반하면 최대 5년까지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 독일도 최대 5년까지 재취업을 금지하고 있으며 규정을 위반하면 연금을 박탈하거나 삭감하는 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 로비스트 양성화도 고려해봐야


해당 분야에서 수십 년간 전문성을 쌓아온 관료들의 재취업을 무조건 막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보완할 대책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퇴직 관료들이 관련 기관으로 옮긴 뒤 규제 완화 등을 위해 정당한 범위 내에서 해온 로비 활동을 누군가 대체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로비스트들이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변호사법 111조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대가를 받는 로비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로비공개법’ 등으로 로비 활동이 합법화된 미국과 대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로비 활동이 부패로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로비 내용과 관련 돈거래를 당국에 신고하도록 합법화하면 관피아의 유착 고리를 끊고 로비의 순기능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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