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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檢 “채규정 前부지사 용처불명 뭉칫돈” 로비의혹 본격 수사

입력 | 2014-05-12 03:00:00

[세월호 참사/유병언 수사]




당당… 곤혹… 유병언 측근 줄소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비리사건에 연루된 관계자들이 검찰에 속속 소환됐다. 세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국제영상과 노른자쇼핑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탤런트 전양자 씨(왼쪽 사진)는 10일 여유로운 표정으로 인천지검에 출두했다. 반면 11일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검으로 들어서는 유 전 회장의 친형 유병일 씨(가운데 사진)와 채규정 전 전북 행정부지사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다. 인천=원대연 yeon72@donga.com·양회성 기자·뉴시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채규정 온지구 대표 주변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하고 그 출처와 용처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채 대표 관련 범죄 혐의가 의심되는 자금 거래 리스트를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채규정, ‘용처 모를 돈 흐름’ 많아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11일 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사건에서 첫 정치인 출신 피의자인 채 대표는 김대중 정부 때 전북부지사를 지낸 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민주당,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전북 익산시장을 지냈다.

일단 검찰은 채 대표를 온지구 대표로 있으면서 회삿돈을 빼돌려 유 전 회장 일가에 몰아준 혐의(배임)로 조사했지만 채 대표가 회사에서 뭉칫돈을 많이 빼내 쓴 흔적도 발견했다. 온지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채 대표가 취임한 2008년 8400만 원 규모였던 용처 모를 선급금은 점차 증가해 2012년 8억9000만 원까지 치솟는다. 또 채 대표는 2012년 회사로부터 5억8000만 원을 빌렸다가 지난해 13억 원을 추가로 빌리는 등 단기대여금을 수시로 받아갔다.

채 대표는 옛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출신 인사들과 친분이 있고 정관계 유력인사들이 포진한 육군사관학교 25기 출신이어서, 유 전 회장 일가의 정관계 로비 창구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치권에선 옛 여권 유력인사들이 유 전 회장의 장남인 대균 씨(44)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레스토랑에서 교유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 유병언 친형-장남 줄소환, 일가 정조준


검찰은 11일 유 전 회장의 형 병일 씨(75)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고 12일엔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를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미국에 있는 차남 혁기 씨(42·체포영장 발부)가 소환을 거부하자 장남 등 다른 가족들을 먼저 소환한 것이다. 모두 계열사 돈을 불법으로 빼내 챙긴 혐의인데, 병일 씨는 고문료 명목으로 청해진해운에서 매달 250만 원을, 대균 씨도 세모로부터 월 1000만 원씩, 억대 연봉을 받아갔다는 추가 증거가 발견됐다.

검찰은 유 전 회장도 이번 주에 소환해 1000억 원 이상의 회삿돈을 빼내 일가에 몰아준 경영상의 비리 책임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 책임도 함께 물을 방침이다. 특히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확보한 지난해 초 청해진해운 임원회의 회의록엔 “복원력 저하로 최고경영자께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유 전 회장이 사고 위험성까지 인식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1998년 세모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됐던 임태수 씨(76)가 이날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 등 세모그룹 법정관리 과정 전반에 걸친 불법행위를 규명하는 수사도 본격화됐다. 검찰은 임 씨를 통해 도산 후 법정관리를 받던 세모가 다시 유 전 회장 손으로 돌아가는 과정 전반을 조사했다.

○ “전양자는 ‘얼굴’, 이석환이 핵심”


검찰은 10일엔 금수원과 노른자쇼핑 대표인 원로 탤런트 전양자 씨(72·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10시간가량 조사했다. 금색 정장 차림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검찰에 출두한 전 씨는 20쪽 분량의 조서를 남겼다. 검찰은 금수원의 핵심 인물은 전 씨가 아니라 유 전 회장의 핵심 측근인 이석환 상무(64)로 보고 있다. 이 상무는 ‘높낮이 모임’ 부회장단인 박승일 아이원아이홀딩스 감사, 김동환 다판다 감사에 맞먹는 인물로 유 전 회장과 함께 땅을 보러 다니기도 했던 핵심 측근으로 알려졌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조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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