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유병언 수사] 일각서 세모 비자금 세탁 의혹 제기… 지인 “兪, 정재계 고위층 교분 과시”
‘금수원에서 쫓겨난 못난 장남’ vs ‘세모그룹 실세 중 실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장남이자 조각가인 유대균 씨(44)에 대한 상반된 평가다. 여태껏 유 씨는 동생 혁기 씨(42)에게 밀려 그룹과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미술계 일각에서 “유 씨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금으로 수백억 원어치의 미술품을 사들여 세모 비자금 세탁용으로 이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유 씨의 정체와 역할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4년 유 씨를 처음 만나 10년 이상 교류했다는 사업가 A 씨는 8일 취재진에 “유 조백(조각가)이 한 달 전 경기 안성시 금수원으로 아버지(유 전 회장)를 만나러 갔다가 경호원들에게 쫓겨날 뻔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당시 화가 난 유 조백이 ‘나쁜 새끼들, 그러니까 구원파 소리나 듣지’라고 소리칠 정도로 이미 구원파 내 후계구도에서는 소외된 상태로 보였다”고 전했다.
1990년대 중반 서울 중구에서 화랑을 운영하며 유 씨와 미술품 거래를 자주 했다는 B 씨(59)는 유 씨의 자금력과 관련된 증언을 했다. B 씨는 “당시 유 씨는 예술계 인맥을 동원해 서양화, 동양화, 통일신라시대 금동불상 등 장르를 불문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은 현찰로 마구 사들였다”며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모은 작품만 수백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B 씨는 또 “유 씨의 막대한 자금력을 두고 판매업자들 사이에는 ‘엄청난 비자금을 세탁한다’는 말까지 돌 정도였다”면서 “실제 유병언 일가의 자금줄을 장악하고 있는 건 유혁기가 아닌 장남 유 씨”라고 강조했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미술품 대량 매집 등 유 씨의 행적에 의혹이 제기되는 것을 두고 착잡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유 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수차례 개인전을 열고 ‘한국의 로댕’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의 사실주의 조각을 이끌어나갈 선두주자로 손꼽혔던 인물이었기 때문. 1995년 유 씨의 개인전을 주최한 적이 있는 갤러리도올 신동은 대표는 “유 씨는 손재주 하나만 놓고 보면 당대 최고라고 불릴 정도로 화랑에서 주목하던 조백이었다”며 “이처럼 타락한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미술계 인사들이라면 누구나 현재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배준우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