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유족대책위 “정권퇴진은 우리 뜻 아니다” 정치선동 선그어

입력 | 2014-05-12 03:00:00

[세월호 참사/유족 표정]
10일 안산-서울 대규모 촛불집회




안산문화광장 메운 시민들 10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문화광장에서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 주최로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일부 시민단체 회원은 ‘박근혜(대통령이) 책임져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안산=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유족들의 요구는 정권 퇴진이 아니다.”

세월호 침몰 희생자 가족들이 반정부 투쟁으로 변질되는 추모 분위기와 정치선동에 대해 명확한 선긋기에 나섰다. 유족 대책위는 “앞으로 가족들이 주최하는 집회 외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단체활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권오현 유족대책위 총무는 “유족들은 정부에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원할 뿐이지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유족들은 어떠한 정치적 성향도 띠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다른 유족들 역시 “KBS와 청와대로 항의 시위를 갔을 때도 일부 시위꾼이 아무것도 모르는 유족을 선동하다가 나중에는 쫓겨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됐다. 자식 잃고 제정신 아닌 사람들을 그렇게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외부세력이 중심이 돼 열리는 집회와 캠페인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일반 시민의 숭고한 정신을 퇴색시킬까 우려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의 장외투쟁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0일 오후 6시부터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문화광장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 문제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민노총,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민족문제연구소 등 경찰 추산 약 7000명(주최 측 추산 약 2만 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는 순식간에 ‘정권 퇴진’을 외치는 성토의 장이 됐다. 통합진보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에서 플래카드를 설치했고 전국학생행진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전단을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연단에 오른 민변 권영국 변호사는 “대통령이라도 책임 있으면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인권운동가 박래군 씨는 “진상 규명을 위해 범대책국민기구를 만들어 무능한 정부의 책임을 추궁할 것이다. 이 힘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 마지막에는 주최 측인 안산시민사회연대 공동대표 4인의 선언문이 발표됐다. 이들은 “이제 국민이 직접 나서야겠다. 학계와 법조계 등이 모여 국민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고 더이상 추모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이 여세를 몰아 17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10만 명이 모이자”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상임대표 중 임득선 씨는 2010년 6·2지방선거 경기도의원선거에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고 김영호 씨와 김광호 씨는 각각 민노총과 한국노총 안산지부 의장일 정도로 정치색이 짙다. 나머지 1명은 시민사회단체 대표다.

이날 서울 시내에서도 진보 단체들의 ‘세월호 추모’를 내세운 집회가 곳곳에서 열렸다. 오후 4시부터 열린 서울인권연대의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가자 청와대로, 박근혜 퇴진”을 외쳤고 오후 6시경부터 ‘세월호 참사 시민촛불 원탁회의’가 주최한 촛불집회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불법 부정선거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추모집회에 불참한 희생자 가족들은 세월호 사고가 ‘정권 퇴진 운동’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에 명확히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이번 사고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 A 씨는 “유가족회의에서는 반정부 혹은 특정 정당 지지 및 비난 발언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요구 사항은 있지만 이것으로 정권퇴진 운동은 하지 말자고 우리끼리 지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안산=백연상 baek@donga.com 홍정수 / 김성모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