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아산 7층 오피스텔, 준공 보름 앞두고 ‘기우뚱’

입력 | 2014-05-13 03:00:00

28mm 비 온 다음날 20도 기울어져
수렁논 메워 공사, 기초부실 추정… 옆건물 근로자 대피 인명피해 없어




12일 오전 충남 아산시 둔포면 석곡리 아산테크노밸리 내에 신축 중인 오피스텔 건물이 한쪽으로 20도가량 기울어져 있다. 이 건물은 11일 밤 많은 비가 내린 뒤 급격히 기울어졌지만 당시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 등은 정밀 안전 조사를 거쳐 건물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아산=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신축 중인 7층짜리 오피스텔이 갑자기 20도가량 기울면서 무리한 설계 변경에 따른 기초 공사 부실 의혹이 커지고 있다.

12일 오전 8시 7분 충남 아산시 둔포면 석곡리 아산테크노밸리 내 J오피스텔 건물이 기울어진 것을 인근 주민이 발견해 충남소방본부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이 건물이 붕괴할 위험이 높다고 보고 출입을 통제하고 전기를 차단하는 등 긴급 조치를 취했다. 아직 가스는 공급하지 않은 상태였다.

건물은 왼쪽으로 확연히 기울어졌고 건물 내부의 일부 기둥은 휘어지고 부서진 상태였다. 같은 모양으로 지어지는 옆 건물은 온전한 상태여서 확연한 대비를 보였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건물은 11일 밤사이 많은 비(28.25mm)가 내린 이튿날 오전 급격하게 기울었다. 옆 오피스텔에서 공사하던 근로자들은 “덤프트럭에서 벽돌이 쏟아지는 것처럼 ‘와르르’하는 소리가 났다. 오피스텔 건물이 크게 기울어져 있어 급히 몸을 피했다”고 전했다. 다행히 기울어진 건물에는 근로자 등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산시에 따르면 이 건물은 2011년 6월 24일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건축 허가를 받고 착공해 이달 말 준공할 예정이었다. 연면적 1647.44m², 건축면적 319m², 7층 규모의 철근 콘크리트 슬래브 건물이었다. 건축주 김모 씨(경기 수원시)는 1층은 주차장, 2·3층은 오피스텔(14실), 4∼7층은 고시원(57실)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산시 관계자는 “기울어진 건물이 붕괴할 위험이 높다. 보강 공사로 다시 활용하기는 어려워 정밀조사를 벌인 뒤 철거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옆의 쌍둥이 건물도 안전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 건물이 지반 침하로 인해 갑자기 기울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시공업자와 건축허가 공무원 등을 불러 정확한 건축 경위를 조사 중이다. 건물이 들어선 일대는 원래 지반이 약한 지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근처가 모두 수렁논(수렁처럼 무른 개흙으로 된 논)이었는데 이를 메우고 부지를 조성했다”고 말해 기초공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건물 공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10월경 두 건물 모두 주차장 용도의 지하 1층을 없애고 1층 점포를 주차장으로 바꾸는 설계 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아산시 관계자는 “기울어진 건물의 지하층을 없애는 과정에서 기초가 부실해졌을 수 있다. 기초공사를 어떻게 했는지 다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건물의 시공은 경기 성남의 한 업체가, 감리는 오산의 한 건축사사무소가 각각 맡았다.

아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