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팽목항 트라우마 3제]
진도의 잠수사들은 꿈에서도 물속을 헤친다. “여기 한 명 더 있다”는 잠꼬대를 하기도 한다. 12일 진도 서망항에서 민간 잠수사 17명이 바지선을 타고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진도=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민간 잠수사들이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와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잠수사들은 계속되는 수색작업에 심리치료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는 받을 엄두도 못 내는 처지다. 세월호 사망자 시신을 30여 구 찾아내 수습한 이 씨는 12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대로 방치하면 잠수사들이 정신적으로 위험한 상태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씨는 언딘리베로 바지선에서 수색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이 씨는 동료 잠수사들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악몽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바지선 위 컨테이너에서 잘 때 몇몇 잠수사는 가위에 눌린다. 며칠 전에도 한 동료 잠수사는 자다가 갑자기 “그 구역, 거기에 아직 한 구 남았어. 빼내야 하는데!”라고 잠꼬대를 하며 악몽에 시달렸다. 이 씨는 “시신을 보면 그 모습이 며칠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발견한 시신을 못 가져오면 강박관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공포에 시달리며 작업하면서도 겉으로 내색하지 못하는 게 지금 우리 처지”라고 말했다. 이 씨는 “작업이 끝난 잠수사들이 편하게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게 거주지 주변의 병원을 정부가 지정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나는 이전에 시신을 여러 번 수습해본 경험이 있는데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다. 바지선에는 시신 수습이 처음인 잠수사도 있다. 그들은 얼마나 더할지 상상이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진도=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