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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수 부쩍 줄어든 실종자 가족… “답답해도 기다려야지 어떡해요”

입력 | 2014-05-13 03:00:00

[세월호 참사/팽목항 트라우마 3제]




진도의 실종자 가족들은 하루가 지날 때마다 더 쓸쓸해진다. 시신을 찾은 가족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때문이다. 11일 진도 실내체육관에 한 실종자 가족이 우두커니 앉아 있다. 진도=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높은 파도로 수색이 중단된 지 사흘째인 12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 실종자 가족들은 날이 밝자 하나둘 바다로 나갔다. 수색이 중단된 건 알지만 답답한 마음에 앉아서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종된 단원고 여학생의 아버지는 이날 오전 실종자 가족 대여섯 명과 함께 사고 해역 바지선에 올랐다. 그는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정부에 대책을 만들라고 해도 만들어오는 것도 없고 답답하다. 사고 해역에 가서 보기라도 해야지”라고 말했다. 실종된 한 여학생의 어머니는 “기다려야지 어떡해요. 답답해도 계속 기다리는 거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체육관에 남은 가족들은 무기력하게 누워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아예 눈을 감아버린 이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에는 매일 수색 상황을 알려주던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의 브리핑이 취소됐다. 전날 브리핑에서 “왜 수색작업을 하지 않느냐”며 항의하던 가족들은 묵묵히 취소 소식을 듣기만 했다. 한 일반인 실종자의 가족은 “하는 일 없이 팽목항과 체육관만 오가고 있다”며 “날씨 때문에 안 된다는데 할 말이 없지”라고 말했다.

이날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들로 구성된 ‘5월 어머니회’ 회원 33명이 체육관을 찾아 실종자 가족을 위로했다. 하지만 지친 가족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기다림이 길어지면서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안산 등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자녀를 찾지 못했지만 남은 자녀를 더이상 내버려둘 수 없어 내린 결정이다. 한 자원봉사자는 “11일에도 한 가족이 안산으로 떠났다. 남은 자녀를 다른 데 맡기는 것도 한계가 있어 몇몇 가족은 어쩔 수 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이 지난 뒤 체육관은 한층 더 적막해졌다. 금요일부터 급식봉사를 하던 차량과 자원봉사 천막이 하나둘 철수하기 시작했다. 급식봉사소는 6개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체육관 둘레에 줄지어 서 있던 자원봉사 천막도 9개에 불과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주말 사이 2층에 머물던 가족들을 1층으로 안내하고 2층을 정리했다. 12일 현재 진도 팽목항과 체육관에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은 100∼120명 정도다.

진도=여인선 insun@donga.com·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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