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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선동용 망발에 ‘버럭 정부’… 막가는 말전쟁

입력 | 2014-05-13 03:00:00

北, 두달째 朴대통령 인신공격… 南, 이례적 강경 맞대응




남북한 당국 간 말(言)의 전쟁이 ‘갈 데까지 가보자’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북한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상식 이하의 비방과 저급한 인신공격을 계속하자 한국 정부 당국자가 12일 이례적으로 “북한은 빨리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계속 거짓말하며 역사 퇴행적 이야기를 하는 북한은 정말로 있을 수 없는 나라다.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나라도 아니다. 인권이 있나. 자유가 있나. 오로지 한 사람을 유지하기 위해 있다”고 덧붙였다. 무인기 사건의 날조설을 주장한 북한에 대해 “북한의 태도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은 행태”라며 “(거짓말을 거듭해 온) 북한의 발언을 유의미하게 볼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 북한의 ‘상스러운’ 대남 비난은 왜 계속되나

박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욕설과 인신공격은 박 대통령의 3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발언 이후부터 본격화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북핵 포기를 촉구하면서 김정은의 경제-핵 병진노선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 직후 반정부 투쟁을 부추기는 대남 선동으로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남남갈등 선동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9일 “살인마 악녀에게 천벌이 내려져야 한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북한은 특히 박 대통령에게 모욕적 여성 비하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비방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올해 초 내걸었던 대외관계 개선보다 외부의 적을 만들어 체제 내부를 단속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력 안정화와 1인 지배 체제 안착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김정은이 자신과 체제에 대한 비판에 극도로 민감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연구원 정영태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이런 리더십이 참모들로 하여금 대남 비방을 극렬하게 할수록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보이는 것이라는 경쟁으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며 “김정은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은 없어져야 할 나라” 발언은 왜 나왔나

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 직후 본보 기자와 만나 “북한이 소형 무인기를 보냈음이 과학적인 조사를 거쳐 명백하게 밝혀졌는데도 발뺌을 하고 대통령에 대한 입에 담기 어려운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데 대해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리 준비된 내용이 아니었고 (따라서) 군 수뇌부나 청와대와 조율도 없었다”며 “북한의 끊임없는 거짓말이 국민을 호도하고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생각했던 바를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의 도를 넘는 비방에 대한 시원한 반격”이란 반응과 “감정적인 비난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엇갈렸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남북관계와 외교적 고려를 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대변인 경질’을 주장했다. 그동안 정부는 북한의 비방과 인신공격에 대해 “시정잡배도 입에 담길 꺼리는 표현”(4월 1일), “패륜 그 자체”(4월 28일·이상 통일부)라며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2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남북 당국 간 비방 중상 중단을 합의한 정신을 우리(한국)라도 준수하자는 취지였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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