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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위에 금수원? 兪 만나러 간 檢에 “사전허락 받고 오라”

입력 | 2014-05-13 03:00:00

[세월호 참사/유병언 수사]
일정 조율차 방문한 수사팀 문전박대




금수원 문 앞에서 막힌 검찰 12일 오후 3시경 경기 안성시 보개면 금수원 정문 앞에서 정순신 인천지검 특수부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유병언 씨를 만나고 싶다”고 신도들에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신도들은 “여기 없다” “약속을 하고 밖에서 만나라”라며 거부했다. 정 부장 등 검찰 관계자 7명은 15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안성=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금수원을 소도(蘇塗·죄인이 도망가도 잡아갈 수 없는 신성 구역) 삼아 숨어 있으면 국가의 형벌권도 다 피할 수 있다는 얘기냐.”

12일 오전 9시 40분경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 씨(44)가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는 검찰의 소환 통보를 거부한 것이 확인되자 검찰에선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다. 핵심 피의자인 차남 혁기 씨(42)와 장녀 섬나 씨(48), 유 전 회장의 최측근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2)가 미국에 머무르며 검찰의 세 차례에 걸친 소환 요구에 불응한 데 이어 국내에 있는 장남마저 같은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날 유 전 회장 측은 검찰이 소환을 통보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의 총본산인 금수원으로 찾아간 검사들을 문전박대하며 만나 주지도 않았다. 유병언의 ‘세모 왕국(王國)’이 사법 절차를 무시하고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금수원 “유병언 얼굴 본 적도 없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이날 오전 대균 씨가 출석하지 않자 곧바로 체포영장 청구를 준비했다. 그러나 검찰은 체포에 앞서 설득 작업부터 하기로 하고 정순신 특별수사부장을 포함한 검사와 수사관 7명이 오후 3시경 경기 안성시 금수원을 찾았다. 검찰이 출입문으로 몰려나온 금수원 관계자들에게 “유 전 회장을 만나러 왔다”고 하자 이들은 “안에 없다”고 받아쳤고 “(최측근인) 이석환 씨라도 불러 달라”고 하자 “병원에 갔다고 한다”고 응답했다. 검찰이 “그 밑의 책임자라도 불러 달라고 하자”고 하자 “(검찰에) 다 소환되지 않았느냐”며 검찰의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이들은 “유 전 회장을 만나려면 약속하고 오거나 사전에 허락을 받고 오라”면서 “여기는 교회”라고 했다.

정 부장검사는 “모든 관계자가 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체포하러 온 것이 아니라 만나서 조사 일정을 정하고 접점을 찾기 위해 왔다”라고 설명했으나 역시 거절당했다. 그러나 정문 관리 책임자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유 전 회장을 본 사람 있느냐”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고 모두가 “본 적이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결국 검찰은 아무런 성과 없이 15분 만에 전원 철수했다.

○ 검찰 vs 유병언 일가 전면전 시작


검찰은 유 전 회장과 대균 씨 체포, 그리고 미국에 있는 장녀와 차남의 강제송환 절차에 돌입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들의 돈 수백억 원을 개인 돈처럼 쓴 혐의를 받고 있고, 그로 인해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상황에서도 조사를 거부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 전 회장 측은 심지어 검찰이 연락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 ‘모르쇠’ 작전을 펴고 있다. 담당 부장검사가 직접 거주지를 찾아가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강제수사에 돌입할 명분 축적용으로 풀이된다.

반면 유 전 회장 측은 비난 여론을 무릅쓰더라도 수사의 속도를 어떻게든 늦춰 보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유 전 회장 측 관계자는 “차남 혁기 씨가 귀국하지 않는 것은 ‘일단 소나기를 피하고 보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인 듯하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날 이강세 전 아해 대표(73)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김동환 다판다 감사(48)와 헤마토센트리라이프연구소 오경석 대표(53)를 구속하는 등 압박을 계속했다.

한편 한국선급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부산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흥준 특수부장)은 선박 총톤수 측정 검사에서 편의를 봐달라며 부산지방해양항만청 선박 검사관인 이모 씨(43·6급·체포)에게 1000여만 원을 건넨 H선박설계업체 전 전무 A 씨(55)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참사를 낸 청해진해운의 인천∼제주 항로 여객면허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최우열 dnsp@donga.com / 안성=박희창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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